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여야 간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이 부의됨에 따라 이들 법안은 언제든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4개 군소 야당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만 피하면 곧바로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명분을 내세워 공수처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청와대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 관련 비리 의혹이 터지더라도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을 들여다보면 신설되는 공수처는 살아 있는 권력의 의혹을 덮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가운데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수처법 제24조에는 ‘처장이 수사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추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장이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이첩받아 무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만일 법안이 처리된 뒤 급조된 공수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유야무야 덮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요즘 선거 개입과 감찰 무마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비난에 주력하는 청와대의 행태를 보면 이런 우려가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공수처가 문재인 정권의 의혹을 덮는 대신 반대세력의 뒤를 캐는 데 악용될 우려가 있다. 진정한 검찰 개혁을 이루려면 공수처법을 철회하든지 대폭 수정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공수처 처장과 검사의 임명방식을 바꿔야 한다. 또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기소권을 가진 별도의 반부패 수사기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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