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작업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지금은 정부가 단일 개혁안을 제안해도 실효성이 없고 현실적으로 21대 국회가 들어서야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나름대로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국회에 막혀 좌절됐다며 엉뚱한 핑계를 댄 것이다. 정부와 국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인기 없는 개혁안을 놓고 핑퐁게임을 벌이더니 미래 세대의 부담만 키우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전력도 돌연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미루는 분위기다. 28일 열리는 이사회 안건에 상정할 예정이었던 한시 특례할인제도 폐지안을 막판에 제외했다는 것이다. 이달 중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6월 말까지 정부 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 출발부터 삐걱댄 것이다. 탈원전에 따른 재무부담을 덜겠다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역설해온 한전이 국민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 압력에 굴복한 셈이다. 이 정부에서 노동개혁이나 재정준칙 제정 등 꼭 필요한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지지층의 저항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서 반기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나 복지 관련 예산은 대통령까지 나서 더 많이, 더 빨리 쓰라고 재촉하고 있다. 심지어 적게 쓰면 앞으로 돈을 주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다. 모든 정책의 기준이 총선 승리에만 꽂혀 이런 소동이 벌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년 우리 경제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구조개혁을 서두르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가 이해 당사자들을 표로 보고 민감한 현안 해결을 총선 뒤로 미룬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얼마 전 “진정한 리더라면 정권을 잃더라도 국가를 위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여권은 개혁을 미루고 총선 표 얻기에만 급급하면 국가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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