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양자컴퓨터 분야에 5,000만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한 기자가 양자컴퓨터에 대한 질문을 제쳐놓고 엉뚱하게 이슬람국가(IS) 대책을 물었다. 총리가 복잡한 양자컴퓨터를 알겠느냐며 얕잡아본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좌중의 예상을 깨고 “일반 컴퓨터와 달리 더 많은 정보를 코드화할 수 있다”며 기본 개념을 술술 풀어낸 뒤 “더 설명하자면 하루는 걸릴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총리의 답변이 끝나자 배석했던 물리학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고 한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에 비해 연산속도가 수백만 배나 빨라 ‘꿈의 컴퓨터’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로 불린다. 기존 컴퓨터처럼 0 또는 1의 나열·조합으로 처리하지 않고 중첩과 얽힘을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먼이 컴퓨터의 느린 속도가 답답하다며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구상한 후 데이비드 도이치 옥스퍼드대 박사가 처음으로 작동원리를 고안해냈다. 2011년에는 캐나다의 한 벤처사가 최초의 상용 양자컴퓨터 ‘D-웨이브’를 개발해 몇 년 후 구글과 미 항공우주국(NASA)에 1,000만달러를 받고 판매했다.
양자컴퓨터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기술이자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신소재와 신약 개발은 물론 첨단무기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해 국가 패권을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일찍이 양자컴퓨터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책정하고 향후 5년간 13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유럽연합(EU)도 지난해부터 10억달러 규모의 개발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10조8,000억원을 들여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계획이다.
구글이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나 걸리는 연산을 불과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구글은 양자컴퓨터를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적용하면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현재의 암호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이유로 가상화폐는 폭락사태를 빚어야 했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첨단기술 등장에 따른 경제·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한 대비도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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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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