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이 ICBM과 SLBM을 펑펑 쏴 올리며 기분 좋게 한국 정부를 향해 “놀란 개대가리, 삶은 소대가리 앙천대소” 어쩌고 하면서 방자하게 폄박멸시한 일이 생각난다. 정말 우리 국민의 자존심이 상하고 공분할 일이지만 부끄럽게도 김정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더 안타깝고 기찬 노릇이다.
삶은 개대가리, 소대가리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바른 이치의 생각을 못하는 것이 바로 우두팽호적(牛頭烹號笛)이다. 삶은 소대가리 피리를 높이 부는 격이라고 하겠다.
FIFA가 주최한 지난 15일 평양의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무관중, 무중계의 아시아지역 남북 축구 예선전에서 북한 선수들의 지악하고 불공불손한 행위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지구가 파멸될 때가지 영원히 그 기록이 깨어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무슨 스포츠 경기든지 스포츠맨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 선수들이 고의적인 반칙으로 우리 선수를 팔꿈치로, 주먹으로 치고 발을 걸며, 험한 태클에다 뒤에서 허리를 끌어 안으며 욕하고 침 뱉으며 온갖 반칙과 비신사적 행위로 주심이 호각을 불며 옐로 카드를 꺼내들기 바쁜 기상천외한 경기를 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고 어처구니없는 이런 추잡한 경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0:0 무승부로 비긴 것이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린 경기였다고 했으며 만약 한 골이라도 우리 선수들이 넣었으면 다리가 부러졌거나 불구가 되어 돌아왔을 것이라고 했다. 격전을 치르고 돌아온 우리 선수들의 노고를 위로해야 할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무관중 무중계는 남북관계의 소강국면을 반영하며 우리 응원단을 받지 않는 것도 공정성의 형평을 갖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고군분투하고 돌아온 우리 선수들의 심금을 울리게 했다.
그런데 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들의 분노가 채 식기도 전에 주한외교관들 앞에서 “평창으로 모아주신 평화와 화합의 열기가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까지 계속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를 당부합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정말 우두팽호적(牛頭烹號笛) 같은 소리다.
이미 김정은은 오지랖 떨지 말고 비켜서 있으라는데도, 대북제재 균열이나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대북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 뿐 아니라 9·19군사협정을 통하여 민감한 군사 분야까지 다 양보했다.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으며 조국 전 법무장관으로 국력이 양분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경주 / 일맥서숙 문우회 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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