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서 일했던 국제문제 전문가인 조슈아 키팅이 최근 ‘보이지 않는 국가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정부·영토·국민을 모두 갖추고 엄연히 실존하는데 세계 지도에 국경선이 나오지 않는 나라들이다.
키팅이 열거한 ‘보이지 않는 국가들’의 대표적인 사례가 압하지야(Abkhazia)다. 압하지야는 흑해의 남쪽 연안에 자리 잡은 미승인 국가로 러시아와 조지아 사이에 끼어 있다.
국제연합(UN)은 압하지야를 조지아 영토의 일부인 자치공화국으로 간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따로 수립된 정부가 통치하고 있다.
압하지야 고유의 언어도 있다. 영토는 충청남도보다 약간 크며 현재 인구는 25만명가량이다.
압하지야는 기원전 9세기부터 6세기 사이에 ‘콜키스’라는 조지아인 왕국의 일부였다. 기원후에는 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의 통치를 받기도 했다.
8세기에 압하지야 왕국이 세워졌다가 11세기에 압하지야의 왕이 조지아 왕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조지아와 하나의 왕국이 됐다.
압하지야는 오스만제국과 러시아제국의 통치를 거쳐 자치공화국으로 소련에 편입됐다.
구소련 붕괴 이후 조지아·압하지야 간 전쟁이 발발해 수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0여만명의 조지아인이 압하지야에서 쫓겨났다.
2008년 조지아 일부인 남오세티야의 독립을 놓고 러시아와 조지아의 전쟁이 벌어진 틈을 타 압하지야는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현재 압하지야를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러시아·니카라과·베네수엘라·시리아·나우루 등에 불과하다. 최근 압하지야가 북한 노동자의 외화벌이를 차단하려는 유엔 제재의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압하지야는 유엔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지킬 의무가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의 본국 송환을 이행하지 않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400여명의 북한 노동자들은 낮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구소련의 휴양 리조트에서 생활한다.
대북 제재의 사각지대를 찾아 외화를 벌어들이는 김정은 정권의 집요한 행태가 놀랍다.
어설프게 비핵화 합의를 해서 제재 완화의 물꼬를 터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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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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