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 일기업인 위한 연세대 ‘게이트웨이 투 코리아’ 과정
▶ ‘한국’ 키워드로 교육 과정 다채, “피상적이던 한국인 이해 깊어져 공생적 국가 협력 생각하는 계기”

주한 일본 기업인을 위해 개설된 연세대 미래교육원 최고위과정 ‘게이트웨이 투 코리아’ 수료생들이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게이트웨이 투 코리아]
“한국에 파견된 주재원으로 12년 거주하는 동안에도 항상 ‘왜 그럴까’ 생각했던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의를 통해 이런 의문 상당수를 해소할 수 있었어요. 일본계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을 통해 바라보던 한국인이 아닌,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반적인 한국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회사 조직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후지모토 세이지 무라타제작소 대표)
지난 2일 찾아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학원의 한 강의실. 이곳에서는 일본 기업인 15명이 이헬렌 연세대 언더우드 교수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강의를 위해 매주 수요일, 퇴근 후 연대 캠퍼스를 찾는 이들은 다름 아닌 해당 대학 미래교육원에서 개설한 ‘게이트웨이 투 코리아’ 과정 수강생들이다. 이들은 짧게는 반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한국에 머물며 매일같이 한국인 임직원들과 ‘부대끼는’ 일본계 기업의 주재원들이다. 1기로 이 과정을 수료한 후지모토 대표는 “너무나 유익한 과정”이라며 “피상적이었던 한국인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가네모토 도모코 파라다이스호텔 차장도 “퇴근 이후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강의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충분한 것 같다”며 “한국에 살면서 반일감정이 어디서 시작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고 두 나라의 다른 정치 시스템에 대해서도 궁금해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날 수업에서는 ‘2000년대 이후에 제작된 한국 영화를 통해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한국인의 기억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라는 주제를 다뤘다. 한 일본인 기업가는 “흔히 베트남 영화는 미국 영화만 떠올리고, 그러다 보니 미국의 이미지부터 투영된다”며 “그런데 한국 영화를 통해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국가 간 공생적 협력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육과정도 다채롭다. ‘전쟁의 기억과 한국의 사회문화’를 비롯해 ‘문화로 보는 한국인의 마음’ ‘한국 정치의 역사적 행보와 현재’ ‘한국 경제 격동의 역사’ ‘한국 매스컴의 특징과 과제’ 등 흥미로운 소재 중심으로 짜인 게 특징이다. 매주 강연자로 나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은 ‘한국’과 ‘한국인’라는 키워드 아래 수강생들에게 한국인이 쉽사리 꺼내지 않는 속내까지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2016년 처음 개설된 게이트웨이 투 코리아 과정은 올해로 4기째. 이번 수강생 모집기간에는 강제징용 등 한일 간 민감한 역사 문제가 부각돼 부담이 컸지만 신청자가 순식간에 몰려 학교 측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을 기획하고 전담강사로 활약하고 있는 권성주 박사(도쿄대 지역문화연구)는 “한일관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정치권 등의 왜곡에 흔들리지 않도록 두 나라 국민들 사이의 소통과 이해가 확대돼야 한다”며 “국내에 진출해 있는 많은 일본 기업인들이 한국에 대해 더 깊고 넓게 이해해 한국에 많은 친구를 만들면 민간외교 측면에서 든든한 가교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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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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