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폭력 더는 못 참아” 시민들,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곳곳 시위
8월 여성 시위자 부상 때처럼 사태 격화 우려…학생들, 동맹휴학 추진
▶ 국경절 시위대-경찰 충돌 최고조…117명 부상·269명 체포 최다 기록
中 개입 시 ‘제2 톈안먼 사태’ 우려…민간인권전선, 대규모 시위 예고
1일(현지시간)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홍콩에서 벌어진 '애도 시위'에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2일 홍콩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예정에 없던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의 고등학생 총격을 비난하고, 최근 시위 사태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조사할 독립된 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시위에 참여했던 고등학생이 경찰과 충돌했다가 총에 맞았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홍콩 시위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날 췬완 지역에서는 경찰에 쇠막대기를 휘두르던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의 18세 남학생으로 확인된 이 시위 참여자는 병원에서 탄환 적출 수술을 받았다.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시위대는 전날 경찰의 총격을 '피의 빚'이라고 부르면서 이것을 반드시 갚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위 때마다 최전선에서 싸운다는 람 씨는 "시위대가 무력 사용의 강도를 높이더라도 더는 불만을 나타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실탄을 사용한 것은 바로 경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 중 한 명인 20대 창 씨는 "지금껏 폭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평화를 주장하는 동료들에 의해 가로막혔지만, 이제는 폭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도 두렵지만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전날 고등학생에게 실탄을 쏜 경찰을 '살인자'라고 비난하면서 "홍콩은 이제 사실상의 경찰국가가 됐으며, 전 세계가 이 야만적인 체제에 맞서 결연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범민주 진영 의원 24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경찰이 고등학교 2학년생에게 근거리에서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공격 행위"라며 "경찰은 시위대는 물론 의료진, 기자, 사회복지사 등을 야만적으로 다뤄왔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달 4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 후 기세가 꺾였던 시위 사태가 다시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위대에 대한 폭력이나 시위 참여자의 부상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격화시킨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21일 홍콩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한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같은 달 27일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불구하고 29만 명이 모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지난 8월 11일에는 한 시위 참여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하자, 시위대가 이틀 동안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해 1천 편에 가까운 여객기가 결항하는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이어 같은 달 18일에는 170만 명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고등학생 피격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중고등학생 조직들은 2일부터 긴급 동맹휴학에 들어갈 것을 호소했다.
전날 총상을 입은 고등학생인 청즈젠이 다니는 췬완 지역의 호췬위 중등학교 재학생과 시민 400여 명은 이날 오전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광복홍콩, 시대혁명',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이날 오후 수천 명의 홍콩 시민들은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 홍콩 정부청사 인근 타마르 공원 등 모두 7곳에서 전날 경찰의 고등학생 총격을 규탄하는 동시다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한 직장인들이 많이 참여했으며, 차터가든 공원 주변으로 도심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송환법 반대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 노래를 부르면서 경찰의 폭력 사용을 규탄하고, 최근 시위 사태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된 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가두 행진에 참여한 직장인 케이시 차우(26) 씨는 "우리는 최근 몇 개월 동안 경찰의 무력 사용이 악화하는 것을 목격해왔다"며 "회사가 시위 참여를 반대하지만,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 1천여 명은 지난달 29일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96명이 폭동죄로 기소돼 심리를 받는 웨스트카우룽 법원으로 몰려가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성명을 내고 "10월 1일은 정권이 실탄으로 학생을 진압하고, 홍콩인들을 철저히 적으로 선언한 날"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주말 시위 등에서 대규모 군중이 운집하고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교생 총상을 불러온 전날 시위는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 중 가장 격렬한 충돌이 발생한 시위로, 각종 신기록을 양산했다.
전날 시위로 인해 체포된 사람은 269명으로, 지난달 29일 시위 때 146명을 훌쩍 넘어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후 최다 체포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시위 때 체포된 사람 중 96명은 폭동죄로 기소됐는데, 전날 체포된 시위대 중 기소되는 사람의 규모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 폭동죄는 최고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전날 체포된 사람 중 최연소자는 12살, 최고령자는 71살이었다.
전날 시위로 인한 부상자도 117명에 달해 전례가 없는 수준이었다. 가장 나이가 어린 부상자는 11살, 최고령 부상자는 75살이었다. 이 가운데 5명은 중상을 입었다. 경찰도 30명이 다쳤다.
전날 발사된 최루탄은 1천400발, 고무탄은 900발, 스폰지탄은 230발,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은 190발이었다.
이는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6월 9일 이후 9월 20일까지 발사된 최루탄이 총 3천100발이라는 것에 비춰보면 전날 얼마나 많은 최루탄 등이 발사됐는지 알 수 있다.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자 경찰은 고등학생을 쏜 1발을 포함해 경고사격 5발 등 총 6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이전에도 실탄 경고사격은 있었지만, 이처럼 많은 실탄이 발사된 적은 없었다.
전날 시위가 격화하자 홍콩 지하철공사는 시위가 발생한 지역의 지하철역을 모두 폐쇄했다. 전체 91개 역 중 절반이 넘는 47개 역이 폐쇄됐는데, 이 또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날 시위는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애드머럴티 등 도심은 물론 웡타이신, 사틴, 췬안, 툰먼, 야우마테이, 노스포인트 등 홍콩 전역의 총 13곳에 이르는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처럼 많은 지역에서 시위가 한꺼번에 벌어진 것도 처음으로, 앞으로 시위 사태 격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SCMP는 "홍콩 시위대가 폭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경찰이 '압도당했다'"고 표현했다. 홍콩 언론은 시위 사태가 격화할 경우 극렬 충돌로 인한 불상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홍콩 시위 사태가 격화할 경우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 개입으로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것을 이른다.
한편 전날 고등학생을 쏜 경찰관에 대한 보복을 우려해 홍콩 경찰이 이 경찰관의 신원을 숨기는 법원 임시명령을 추진한다고 SCMP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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