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혐의로 기소된 자는 우선 악마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전신의 체모를 깎는다.
자백하지 않으면 손발을 묶어 물속에 던져 가라앉으면 무죄, 떠오르면 유죄. 불로 달군 쇠 판 위를 걷게 해 죽으면 무죄, 살아나면 마녀다.’
15세기 교황으로부터 마녀재판권을 받은 한 이단심문관이 쓴 ‘마녀의 망치’라는 책에 나오는 마녀 감별법이다.
이 책은 나중에 교황청이 출판을 금지했지만 유럽에 널리 퍼져 마녀사냥에 활용됐다. 마녀사냥은 지금 보면 말도 안 되지만 당시에는 사회를 공포와 광기로 몰아넣었다.
마녀사냥은 13세기 교회를 중심으로 발달해온 서양의학이 민간 약초치료사들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과부가 된 여인들은 생계를 위해 약초기술을 배워 치료사로 지냈는데 이들을 주술사로 몰아 처형한 것이다.
교황청은 교회 승인 없는 치료행위를 금했으며 마녀를 심판하는 이단심문관을 제도화하고 재판 없이도 판결할 수 있는 권리까지 내렸다. 이런 일이 100년여간 이어져 유럽의 전통 약초학은 씨가 마른다. 마녀를 뜻하는 ‘witch(위치)’라는 말도 약초 지식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wicca(빗커)’에서 나왔다.
그러나 마녀사냥은 오히려 16~17세기 종교개혁기에 훨씬 심했다. 피터 마셜 영국 역사학자는 이 시기 10만명이 고발돼 4만명이 교회 법정을 통해 처형된 것으로 추정한다. 희생자는 80~90%가 여성이었다. 주로 권력 싸움에서 밀려나거나 재산이 많은 과부들이 타깃이었다.
남편도 없고 지위도 낮으니 ‘악마와 간통했다’는 식으로 덮어씌우기가 편했다. 특히 마녀라고 고백하면 재산 몰수가 가능해져 죽기 전까지 고문해 자백을 받아냈다.
고문은 주로 나체 상태로 이뤄졌고 수많은 고문 종류가 생겨났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도 영국군에 잡혀 마녀의 누명을 쓰고 종교재판에 회부돼 화형당했다.
이 같은 마녀사냥은 과학이 발달한 18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사라졌다. 200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마녀사냥을 교회의 잘못으로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원 민주당이 자신에 대해 탄핵 절차에 착수하자 “마녀사냥 쓰레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이 지난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을 확보하면서 조사절차가 가능한 상황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마녀사냥 여부는 결국 미국 유권자들이 내년 대선에서 결정할 것이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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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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