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을 다녀온 후 북한의 수령주의를 도입해 독재를 한층 강화한다.
6,000여개의 방을 갖춘 인민 궁전을 건립하고 집무실 화장실은 변기와 세면기·액자를 모두 황금으로 만들었다.
그는 보석벌레로 불리는 아내 엘레나와 황금 화장실을 이용하며 호화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결국 민중들의 저항으로 도망치다 붙잡혀 혁명재판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황금 화장실은 차우셰스쿠의 독재와 부패의 상징이었다.
황금은 예로부터 귀했던 만큼 힘과 권위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게 왕관과 궁전의 장식물들이다.
사원과 불상 등 종교적 상징물이나 부(富)를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도 많이 쓰였다. 그 중에서도 배설이 이뤄져 더럽다고 여겨지는 변기마저 황금으로 바꾼 것은 힘을 과시한 정점일 것이다.
이 같은 황금 화장실, 황금 변기의 역사는 중국 춘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晉)나라 거부 석숭이 황금 화장실을 만들었다. 화장실에는 황금 변기를 두고 자주색 비단 발을 쳐놓았으며 안으로 들어서면 미녀들이 허리띠를 풀어 앉혀주는 칙사대접을 했다. 그의 친구 유식이 ‘세설신화’라는 책을 통해 이 얘기를 전했다.
니콜라이 레닌도 볼셰비키혁명 당시 청중을 향해 “이상적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황금 화장실이 대중화될 것”이라며 공산주의 이상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황금 화장실은 이란의 팔레비왕,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2016년 103㎏ 황금으로 변기를 만들어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 설치했다.
값비싼 황금에 변기 기능을 부여해 누구나 쓸 수 있는 체험형 예술로 탄생시킨 것이다. 금시세만 47억원, 작품가치로는 71억원이다.
작가는 ‘아메리카’라는 제목을 통해 자본주의 대국 미국에서 일어나는 부의 불균형을 풍자했다고 한다.
이 카텔란의 황금변기가 최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영국 블레넘궁전에서 전시됐다가 도둑을 맞았다.
물질 만능을 경계하는 작품을 물질을 탐내는 도둑들에게 잃었다니 아이러니다. 황금으로 대표되는 힘과 권위는 누구나 원하는 만큼 차지하기도, 지키기도 쉽지 않다.
부족하거나 낭비하면 고통 속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도 생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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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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