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나경 ‘경치’
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
금마 맨키로 훤하이 쪼매 글네
야야, 지금은 어데 가가 산다 카드노
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
고향 들바다 볼 낯빤디기나 있겠노 말이다
가가 말이다
본디 인간으로는 참말로 좋았다
막말로 소가지 빈 천사였다 아이가
그라믄 뭐 하겄노
그 노무 다방 가스나 하나 잘못 만나가 신세 조지 삐고
인자 돌아 올 길 마캐 일카삣다 아이가
우찌 사는지럴
대구빠리 눕힐 바닥은 있는지럴
내사 마 달이 저래 둥그스름 떠오르믄
희안하재, 금마가 아슴아슴 하데이
우짜든동 처묵고는 사이 소식 읍는 기겠재?
글캤재?
권선희 (시집‘꽃마차는 울며 간다’) ‘추석’
금마 녀석은 보름달처럼 훤한 외모였나보다. 곱상한 다방 아가씨에게 홀려서 신세를 망쳐버린 남자.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그 죄 많은 남자를 누군가가 기억하고 있다. 제 인생도 가족도 못 챙길만큼 소가지가 없던 그는 참말로 본디 좋은 녀석이었을까, 아니었을까. 성숙한 어른, 책임지는 인간으로 사는 것은 오직 소가지 있는 사람의 몫일까, 혹은 아닐까. 소가지 없도록 좋은 인간에게 얽혀 같이 인생이 망가진 아내와 아이들.
어쩌면 금마만큼이나 소가지가 없었을 다방 아가씨. 사는 건 참 답이 없는 일이기에 누가 잘하고 못한 건지는 알듯 하다가도 모르겠다. 금마는 잘 있는지, 금마가 버리고 간 아내와 아이들도 고생 않고 사는지, 금마의 부모님도 잘 계신지, 추석 달 아래 서면, 문뜩 문뜩 궁금해지게 하는 시다. [임혜신 시인]
<
권선희 (시집‘꽃마차는 울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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