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까지 영국에서는 불베이팅(bull baiting)이라는 이름의 게임이 유행했다.
작은 우리에 황소를 묶어두고 개를 여러 마리 집어넣는다.
코에 묻은 고춧가루에 흥분한 황소는 개들을 있는 힘껏 뿔로 들이받거나 발길질을 하며 날뛰고 개는 이를 피해 황소를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게임은 모든 개가 다 나가떨어질 때까지 계속되며 우승은 마지막까지 남아 황소를 물고 늘어진 개에게 돌아간다.
이런 잔인한 게임이 유행한 것은 소가 물어뜯기며 센 자극을 받을수록 소고기가 맛있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불독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직 이 게임에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개다. 하지만 사람들의 욕심은 불독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더 센 개를 원한 사람들은 불독과 테리어를 교배해 핏불테리어를 만들어냈다.
테리어의 힘과 불독의 지구력을 겸비한 핏불테리어는 장기집권할 자질을 충분히 갖췄지만 게임은 1835년 법으로 금지됐다.
인기가 시들해진 핏불테리어는 미국으로 건너가 이번에는 서부 개척자들의 반려견으로 거듭났다.
핏불테리어는 이곳에서 맹수와 낯선 침입자들로부터 주인의 생명을 지키는 경비견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핏불테리어의 싸움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개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대략 일본의 도사견, 러시아의 코카시안 오브차카에 이어 3위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최대 100㎏까지 나가는 다른 맹견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체구를 고려할 때 체급경기로 붙는다면 최종 승자는 단연 핏불테리어다.
미국에서 사람을 죽인 개의 80%가 핏불테리어라고 하니 이 개가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이 간다.
부산에서 70대 여성이 집안까지 침입한 핏불테리어에 물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가 났다.
미국에서는 9세 여자아이가 핏불테리어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반려견이 500만마리에 달하는 요즘 개에 물리는 사고가 하루 6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핏불테리어 같은 맹견은 법으로 외출할 때 입마개를 채우도록 의무화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람을 위해 기르는 반려견이 사람을 해쳐서야 되겠는가. 맹견이 아니라도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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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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