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피사의 왕 오이노마오스는 장래 사위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의 예언을 듣고 전차경주를 벌여 딸의 구혼자를 모조리 죽여버렸다.
하지만 공주와 눈이 맞았던 펠롭스는 왕의 마부 미르틸로스를 사전에 뇌물로 매수해 왕의 전차 바퀴를 망가뜨리고 밀랍으로 봉해버렸다. 왕은 전차경주에서 펠롭스를 추격하다가 전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비참한 죽음을 맞아야 했다.
대가를 요구하는 마부까지 살해한 펠롭스는 신의 저주를 피하겠다며 올림피아에서 희생양을 바치는 제전 경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공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이 역설적으로 뇌물과 매수에서 시작된 셈이다.
기원전 776년께 시작된 고대 올림픽은 초기에는 정정당당한 모습을 신에게 보여준다는 종교의식의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참가자가 늘어나고 직업 체육인까지 등장하면서 물밑 거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거액의 포상금과 명예를 거머쥐겠다며 동료선수들과 심판들에 대한 뇌물도 성행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뇌물이나 담합·속임수 등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경기장 입구에 제우스신의 청동상을 세우는 벌칙을 내렸다. 이런 연유로 만들어진 제우스 동상이 16개에 달했다고 하니 부정선수가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언론의 폭로로 드러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은 최악의 뇌물사건으로 남아 있다. 당시 솔트레이크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100만달러 이상의 기금을 조성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과 가족들에게 뇌물·정치자금·접대비 등을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9명의 IOC 위원이 직위를 박탈당하는 소동을 겪어야 했다. IOC는 위원들의 유치도시 방문을 금지하고 선정방식도 개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개최도시 결정 과정이 IOC 위원들의 개인적인 인간관계는 물론 국가·지역별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비리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IOC 위원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로 프랑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 측이 싱가포르 컨설팅회사에 거액의 비용을 지출했는데 자금의 용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아시아 최초의 두 번째 하계 올림픽 유치라는 타이틀에 집착해 무리수를 뒀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올림픽을 보는 세계인의 시선이 곱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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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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