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첨밀밀’의 남녀 주인공인 소군(여명 분)과 이요(장만옥 분)는 꿈을 좇아 찾은 홍콩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불태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중국 본토 출신으로 대만의 유명 가수 덩리쥔의 팬이었다는 점이다.
소군과 이요가 덩리쥔의 음반을 팔기 위해 노점상을 차린 곳이 바로 홍콩 빅토리아공원이다.
두 사람은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기는커녕 재고 음반만 남기고 노점상을 접은 뒤에도 이별과 재회를 반복한다.
빅토리아공원 앞에 위치한 ‘코즈웨이베이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왕가위 감독이 만든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에서 남녀 주인공이 찾았던 골드핀치 레스토랑이 있었다.
홍콩섬 북쪽에 있는 빅토리아공원은 홍콩 최대의 공원으로 영국 통치 시절인 1957년에 개장됐다.
본래 태풍이 불 때 선박들이 대피하는 ‘타이푼 셸터(typhoon shelter)’가 있던 바다였는데 간척사업으로 메워 공원을 만들었다.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정했고 원래 황후상광장에 있던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옮겨와 공원 입구에 설치했다.
노동자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공원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정치 집회 단골 장소로도 쓰이고 있다.
매년 6월4일 많은 시민이 공원에 모여 천안문 사태 희생자를 추모한다.
2014년 ‘우산혁명’ 때도 수만명의 시민이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도심으로 행진하면서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촉구했다.
올해 이곳은 민주화운동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11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18일 빅토리아공원과 그 주변에는 170만명이 모였다.
이들은 폭우 속에도 거리 행진을 하면서 송환법 철폐와 보통선거 실시 등 5개 항을 요구했다.
‘꿀처럼 달고 달다’는 뜻을 지닌 ‘첨밀밀’이란 제목의 음악이 흘러나왔던 공원이 요즘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이 울려 퍼지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공원이 개장된 뒤 40년째인 1997년에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50년 동안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따른 자치권을 보장받았다.
반환 50년째인 2047년 홍콩과 빅토리아공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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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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