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마음 속 생각이나 느낌을 되도록 간략하게 나타내야 한다. 그리하여 중심 생각이 잘 드러나야 하고, 이미지가 잘 떠오르게 하고, 맛깔스럽게 언어를 만진다면 좋을 시가 될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예심에서 여러 편을 골라내었고, 본심에 올라온 것 중에 심재훈의 ‘어머니’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앞의 요소를 전부 갖춘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감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산한 인생의 계절에서 느끼는 좌절감이라든지 고독감을 잘 드러냈다고 할까. 나직한 음성으로 간간히 부르는 ‘어머니’가 묘한 울림으로 파고들었다. 외롭고 힘들 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어머니’ 아니겠나.
가작으로 정한 홍성철의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난다’는 양파의 삶과 죽음에서 어머니의 희생을 보아낸 것이 좋았다. ‘기꺼이 세대의 징검다리’가 되는 양파! ‘죽음’과 거듭나는 ‘삶’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가작으로 뽑힌 안서영의 ‘겨울 강’ 역시 무리가 없었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 강’에서 지난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 것으로 끝나지 않고, 어머니의 삶을 어미 연어와 비유함으로 시적 성공도를 높이고 있다.
장려상으로 선정된 김현태의 ‘발톱’과 조영철의 ‘틈새’는 ‘관찰’이 어떻게 시를 데려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화자도 모르는 사이 부쩍 자라버린 발톱을 보며 인생을 깨닫는 거라든지, 시멘트 틈새에 뿌리를 내린 민들레를 보며 목숨을 가진 것들의 눈물겨움을 보아낸 솜씨가 돋보인다.
이상으로 입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그밖에 분들에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비록 입상자 명단엔 들지 못했지만, 어딘가 응모를 하고 기다리는 것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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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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