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신록이 푸르러지는 5월이 오면 미국에서 오는 원고를 살피고 거기서 좋은 작품을 골라내는 일은 나의 연례행사처럼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일을 해야만 5월이 가고 한 해가 가는 일이 되었습니다. 고마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고 기쁜 일입니다.
올해도 보내주신 원고를 읽었습니다. 시란 문장이 묘한 것이어서 몇 줄만 읽어도 대번에 글을 쓴 분의 처지와 형편을 알게 되고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심전심이요 동병상련입니다. 그러므로 우열을 정하고 거기서 당선작을 뽑는 일은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괴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그 기쁘고도 괴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를 밝히면 이렇습니다. 심재훈의 ‘어머니’, 홍성철의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난다’, 안서영의 ‘겨울강’, 김현태의 ‘발톱’, 조영철의 ‘틈새’.
우선 ‘어머니’는 말법이 순하고 체질화되었으며 세 작품이 고른 수준을 유지한 점에서 심사자 두 사람의 고른 지지를 얻었습니다.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난다’는 시의 형식이 가져야 할 단아함이 있었으며 자기화된 발성이 좋다는 평가였습니다. ‘겨울 강’은 한 장의 흑백판화처럼 정직하면서도 단호한 어법이 좋았습니다. ‘발톱’은 일상을 통해서 바라본 인생의 파노라마, 매크로의 세계가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틈새’는 작은 사물을 통한 생의 발견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늘 드리는 말씀을 다시 적습니다. 앞으로 정진하시어 인생을 완성하시고 당신의 시작품의 세계 또한 완성하시기 바랍니다. 무슨 일이든 일회성이라는 건 무의미한 것입니다.
인생에서 시 쓰기는 참으로 좋은 선택이고 가장 아름다운 사업이라는 것을 당신도 지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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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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