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은 밤에 하시기를
비행은 불규칙하게 하고
자신의 기대에 저항하시기를
딱정벌레와 나방, 모기, 그것이 뭐든
작고 귀찮게 구는 것들을 먹을 것
그리고 자신의 신화를 만들 것
모든 천적이 당신의 전설을 두려워하도록
사냥할 때는 당신만이 들을 수 있는 언어를 따르시기를
사랑하는 자에게 구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
밤마다 송곳니와 털을 깨끗이 하고
기어가거나 혹은 걸어 오르시기를, 관찰자가 혼동되도록
아무도 믿지 않는 동굴로 숨어 드시기를
한낮과 세상이 지나가도록
당신이 잠자는, 거꾸로 매달려 잠자는 동안,
깨어나 추락의 비상을 준비하며
Michael T. Young ‘박쥐의 조언’ 전문
임혜신 옮김
야행성 동물 박쥐의 생태는 인간의 그것과 반대다. 그들은 밤의 무대를 누리고, 거꾸로 매달려 잠을 자기에 첫 비상은 추락일 수밖에 없는 모순의 존재다. 인간이 가치를 부여하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종족이다. 그렇다면, 정말 인간은 박쥐와 다를까? 이 시는 박쥐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 또한 박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혹시 당신은 밤에 사냥하지 않는지, 불규칙 하게 날고 먹이를 잡아 먹고 성공에 집착하며 비밀의 구애를 하지 않는지, 그렇다면 박쥐와 인간은 유사한 종족은 아닐지, 밤과 낮처럼 박쥐와 우리는 서로를 돌아가며 연출하는 게 아닐지, 혹시 어둠은 낮이며 낮은 또 어둠이 아닌지. 그로테스크하고 심미적 존재론이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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