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에 흔히 보이는 크레인(crane)의 원래 뜻은 두루미다. 생긴 모습이 두루미의 길쭉한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기원전 6세기쯤 그리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크레인은 로마제국과 중세 유럽을 거치며 널리 쓰였다. 크레인은 종류가 많다. 트럭 뒤 짐칸에 붙어 지그재그로 길게 올라가는 일반 크레인부터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 때 쓰는 거대한 골리앗크레인까지 다양하다.
타워크레인은 고층 건물을 지을 때 꼭 필요한 건설장비로 탑처럼 생긴 ‘마스트’가 수직으로 올라가고 그 위에 물건을 들어 옮기는 수평의 ‘지브’가 얹혀 있다. 마스트와 지브가 만나는 교차점에는 조종석이 있다. 궁금한 것은 저렇게 높은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일반 크레인이 마스트 몇 칸을 쌓아올리고 그 위에 지브를 붙인다. 쌓고 붙일 때는 볼트와 너트로 단단히 조인다. 지브가 추가로 쌓아올릴 마스트를 가져오면 지브를 마스트에서 분리해 유압식으로 끌어올린 뒤 빈 곳에 아까 가져온 마스트를 끼워 넣는다. 해체는 역순으로 한다.
타워크레인 기사는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 보니 극한직업 중 하나다. 작업하러 올라가는 데만 몇십 분이 걸린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는 일이다. 대개 바람이 초속 10m 이상 불 때는 작업하면 안 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타워크레인이 멈추면 건설 작업 자체가 멈추고 이는 공기 연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이 고된 만큼 벌이는 꽤 된다. 연봉으로 치면 1억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타워크레인은 작업 공간이 워낙 높은 곳이다 보니 언젠가부터 노동자의 농성 장소로 이용돼왔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타워크레인에서 309일간 고공 농성을 벌인 것이 현재까지 최장 기록으로 남아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이 4일 전면 파업에 돌입해 전국의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가동이 멈췄다. 이들의 요구사항에는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무인 타워크레인 사용을 금지하라는 것이 있다. 무인 타워크레인 사고가 요즘 자주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타워크레인노조 소속 기사들이 웃돈을 요구하며 툭하면 작업을 멈추는 갑질 탓에 무인 타워크레인 사용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일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기계 파괴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한 1800년대 영국 노동자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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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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