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당 산불 대책회의 6명 차관 모두 불참
▶ “청와대·여당의 지시 탓” 나경원 원내대표 분통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29일 개최한 산불 피해 대책회의에 초청 받은 정부 부처 차관 6명이 모두 불참했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를 놓고 “과거 정권에서도 종종 야당과 정부의 정책협의회가 열렸는데, 협치를 내세우는 문재인정부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은 당초 이날 국회에서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6개 부처 차관 및 한국전력 사업총괄부사장 등을 참석시킨 가운데 ‘강원도 산불 피해 후속 조치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각 부처 및 기관은 불참을 통보했고, 결국 한국당 홀로 회의를 개최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부·여당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분통을 터뜨렸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불출석하라’고 한 것”이라며 “관료들은 공복인가 문(文)복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 정상화를 운운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결국 야당을 국정 파트너가 아닌 궤멸 집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산불 피해 지역에 두 번 갔다 온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회의 참석을 요청받은 6개 부처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한 끝에 한국당 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6개 부처 차관을 모아놓고 특정 야당과 단독으로 당정협의 형태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야당과 당정협의를 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찾아보면 ‘야정(野政) 정책협의회’ 등이 열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대중정부 당시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에서 사퇴한 직후 “정부는 야당과의 관계도 신경을 쓰라”고 지시하자 제1야당인 한나라당도 호응했다. 이에 따라 2001년 11월21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대기업 정책을 놓고 ‘야정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진념 경제부총리와 김만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당초 ‘정책협의회’란 타이틀로 개최하려고 했으나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총무 등이 “모든 정책 책임을 야당이 떠안겠다는 것이냐”고 제동을 걸어 ‘간담회’로 조정됐다. 이어 참여정부 후반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야당에 ‘대연정’을 제의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거절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10년 10월1일 처음으로 야정 정책협의회가 개최됐다.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회의에서 정부와 야당은 저소득층 장학금 지급 등 서민 대책에는 공감했으나 4대강 사업 예산에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김대중정부 당시의 야정 협의를 거론하면서 “역시 돌고 도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6월12일 국회에서 첫 야정 정책협의회가 열렸다. 야당인 민주당의 장병완 정책위의장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해 무상보육 예산과 원전 안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어 4월 총선이 끝난 뒤인 2016년 7월1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은 국회에서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과거 정권에서 가끔 있었던 야정 정책협의회가 여야 협치를 약속한 문재인정부에서는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구성했기 때문에 굳이 야정 협의회를 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정부 시절의 야정 협의회를 떠올리면서 “국회 정상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차관들이 야당과의 정책 협의에 적극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 상생 파트너가 아니라 ‘적’으로 대하면 그 사이에서 민생은 큰 상처를 입게 된다”며 여야 협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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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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