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9일 부처님오신날에
▶ 개원법회 겸 3년결사 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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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400명? 무려 400명! 먼발치서 중국계만 봐도 일본계만 봐도 혹시 한인인가 싶어 괜히 반가웠다던, 어쩌다 한번 서쪽으로 가는 비행기만 봐도 서쪽에서 오는 화물선만 봐도 한참 더 바라보곤 했다던 즈음, 1972년 카멜 삼보사 개원법회에 모였다는 사람들 숫자다.
누운 듯 앉은 듯 촘촘히 덮힌 기와지붕, 통나무 대들보와 가지런한 서까래들과 듬직한 기둥들, 줄지어 선 추녀 추녀끝, 바람 타고 살살 원음을 전하는 풍경... 삼보사는 북가주뿐 아니라 북미주 전체에서 한국식 전통사찰 제1호였다. ‘과거형 시제’가 된 까닭은 허망하다. 1988년 2월, 대웅전은 잿더미가 됐다. 장마철 큰불의 원인은 아직껏 모른다.
삼보사 식구들은 인연이 닿으면 대웅전을 다시 세우리라 서원하며 요사채에 임시법당을 꾸렸다. 그런 인연은 오지 않았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고 지고 이 풀 저 풀 삐죽삐죽 살이 올랐다 다시 마르고 짝 잃은 산짐승들 짝 지은 산새들이 몰래 놀다 얼른 내빼곤 하는 가운데 30여년이 흘렀지만 대웅전 그 자리는 여전히 ‘빈터’다.
그 옛날 아쉬움을 뒤적이는 이들조차, 그곳을 알아보는 이들조차 드문드문해진 지금, 타지 못해 남은 그 터 한 모퉁이에 새 인연이 싹을 틔운다. 틔웠다. 원형 참선방이다. 주지 대만 스님이 거의 모든 것을 걸고 추진한 공부방이다. 몽골초원의 이글루처럼 그곳이 당신에겐 ‘앉아 죽을 자리’요 타인에겐 ‘삶을 찾을 자리’라 한다.
그리 크지는 않다. 직경 30피트. 바닥이며 천장이며 내부 공사는 다 끝났다. 선방을 빙 둘러 목조 데크만 설치하면 안팎으로 다 끝이다. 데크는 선방을 휘감아 돌면서 묵묵히 포행을 하거나 하늘과 구름과 숲을 바라보며 그냥 쉬거나 가벼이 몸을 푸는 용도로 쓰이게 된다.
선방은 원형이되 그 탄생도 둥글둥글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반대의 벽이 만만찮았다. 다른 생각들을 섞고 견주는 과정에서 뜻밖 생채기도 컸다. 스님도 “내 공부가 부족한 탓”이라며 “그러니 죽을 각오로 더 열심히 다시 삼년결사에 들어갈 것”이라 한다. 이번 삼년결사 입재법회는 오는 5월19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때 참선방 개원법회를 겸해 봉행된다.
행정절차도 까다로웠다. 처음 텐트설치 허가신청 때 돌아온 답변은 “불가”였다. 상설 텐트설치가 원천봉쇄된 지역이었다. 결국 겉모양은 텐트식이지만 실건물에 준해 강도6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하 1미터 이상 내진설비(콘크리트 및 철골공사)를 해야 했다. 그게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즈음이다. 웃돈이 뭉텅이로 들었다. 스님은 지난 연말 한국에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와 부족한 공사비를 채웠다. 앞으로 들어갈 데크 공사비 3만달러를 보태면 총경비는 15만달러쯤 된다고 한다.
참선방 운영 방침은 간명하다. 열린 선방이다. 매일 정기참선은 아침 4시간 오후 4시간 저녁 4시간 도합 12시간이나 잡혀있다. 이미 진행중인 외국인중심 주례참선(주로 금요일 저녁) 등 프로그램은 그것대로 유지하되 차차 주말참선 철야참선, 장기투숙 참선수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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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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