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들의 가족들과 함께 윷놀이를 하게 됐다. 윷놀이는 남녀노소 다같이 어우러져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하면서 같은 편이 윷을 잘 던지면 “윷이야~~!” 하며 환호를 하는 모습은 한국의 독특한 놀이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이런 즐거운 전통놀이는 놀이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2세들과 외국인들의 한국어 습득을 촉진하게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의 언어발달을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놀이이다. 유아의 경우에는 놀이로서 의사소통과 상호작용 능력을 발전시키며, 각종 사회규칙도 습득하게 된다. 좀 더 나이가 많은 아동들은 또래나 어른들과 역할놀이를 할 수 있으며, 더 복잡한 언어능력과 규칙을 놀이에 적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전통놀이를 하는 것은 단순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놀이에서 쓰이는 한국말과 규칙을 접하며 한국어를 익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통놀이 또는 요즘 유행하는 게임을 통해 전통적인 혹은 동시대적인 문화에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놀이로 자녀들의 한국어 언어 발달을 촉진시키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신경을 써서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고르고, 또 직접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때 놀이를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윷놀이나 공기놀이 같이 전통놀이인 동시에, 서로 교대로 할 수 있는 놀이를 고르는 것이 좋다.

전통놀이는 한국 문화와 정서를 비언어적으로 습득할 수 있기에 좋다. 또 놀이나 게임은 어른과 아이가 교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언어습득과 발달에서 아주 중요하다. 이는 어른이 자연스럽게 시범을 보일 수 있고 아이도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인데, 즉 아이들이 “관찰”과 “직접체험”으로써 한국말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들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놀이를 시작하면 부모는 시범을 보이며 놀이를 리드해야 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놀이나 게임에서 쓰이는 중요 단어들을 자녀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즉, 놀이의 한 단계 한 단계를 행동과 동시에 말로 설명하면서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공기놀이를 예로 들어보자. “공기놀이는 다섯 개의 공기알로 하는 거야”. “아빠가 한 번 1단을 해 볼까?” “1단에서는 이렇게 공기알을 한 알씩 잡는 거야.” 등으로 규칙과 방법을 되도록 간단하게 소리 내어 표현해 준다. 중요한 것은 놀이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으나, 자녀들이 직접해볼 수 있게 시간을 줘야하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단계이나 또한 매우 중요한 점으로, 흥미는 직접 체험함으로서 최대한 유발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때 규칙이나 한국말이 틀리더라도, 너무 많이 지적하거나 고쳐 주려해서는 안된다.

자녀들의 행동을 짧게 해설하듯이 한국말로 표현할 수는 있다. 자녀의 한국어 수준에 따라 같은 의미를 가진 비슷한 말을 소개해 줘도 된다. 놀이를 통해 언어를 가르치려고 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진심으로 자녀와의 놀이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에게는 이 시간이 어디까지나 가족이 함께하는 “놀이시간”이 되어야지 “한국어 공부 시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미현
(머시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