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바다 안에 물고기 또 있다’ 中에 구애”… ‘날짜의 정치학’도 작동
▶ 中도 北 문제 무역협상 국면에 활용… “美로선 대북 지렛대 약화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 차량이 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환영 만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은 북미 간 '화해' 모드가 흔들리게 된다면 경제적, 외교적 관계 정상화를 위한 다른 옵션들이 있다는 '은근한 경고'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발신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의 '톱다운 담판'에 기대를 걸면서도 북미 협상이 잘 안 풀릴 경우에 대비, 우군인 중국과의 밀착을 그 안전판으로 삼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북미 간 교착이 좀처럼 풀리지 않은 국면에서 미국이 비핵화 실행조치 없이는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더라도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혈맹'인 중국만 제재의 끈을 느슨히 풀어준다면 북한으로선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북한 문제를 고리로 무역협상에서 대미 지렛대를 키우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으로서는 '날짜의 정치학'까지 숨어있는 이번 방중을 반길 수만은 없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WP는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더 많은, 적어도 한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바다 안에 있음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을 계획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상대방의 진정성 및 관계 개선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상태라는 것이다.
WP는 김 위원장이 중국에 도착한 8일이 김 위원장의 35번째 생일일 뿐 아니라 무역 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중국에서 진행 중인 미·중 간 무역협상 둘째 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치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날짜를 '택일'한 것처럼 같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날짜가 겹친 것은 "우연의 일치이다. 다채로운 외교 일정상 가끔 겹치는 게 불가피하다"는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소개한 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8일 도착에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WP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카운터파트(시 주석)에게 '구애'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는 설사 미국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설사 미국이 경제적 제재를 유지하더라도 북한은 중국의 지원으로 잘 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배경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무기의 공격적 개발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과 협력할 다른 나라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미·중 간 무역 전쟁 해결을 바라는 시 주석 입장에서도 자신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기함으로써 무역협상 타결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WP는 전했다.
자오 연구원은 "이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압적 지렛대'를 약화하면서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워싱턴은 중국이 북한과 훨씬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걸 보기 싫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무역 전쟁 초기 북한의 고삐를 제대로 당기지 않는다면 '관세 폭탄'을 날리겠다며 북한 문제와 무역 전쟁을 연계시킨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오히려 미국을 다루는 데 있어 북한과 같은 '친구'가 유용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 과정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준비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을 홀로 다뤄야 하는 '젊은 리더'인 김 위원장으로선 미국을 다뤄본 경험이 많은 중국과 같은 나라의 조언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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