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캐나다의 도움을 받아 미국 서부해안에 있는 미 해군기지 인근에 수중 카메라 4대를 설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현지시간) 2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미국 서부해안에서 300㎞ 떨어진 후안데푸카 해협에는 중국과학원 산하 산야(三亞) 심해과학공정연구소가 개발한 수중 카메라 4대가 설치됐다.

후안데푸카 해협은 캐나다 남서부 밴쿠버 섬과 미국 워싱턴 주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세계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해로 중 하나다.

이 수중 카메라는 북서 태평양부터 북극해까지 캐나다 영해의 수중 환경을 모니터하는 '오션 네트워크 캐나다'(ONC)에 연결됐다.

ONC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있는 빅토리아 대학이 운영하지만, 이 수중 카메라 4대의 소유권은 중국 산야 심해과학공정연구소에 있다.

이번에 설치된 수중 카메라는 해양생태 탐사를 위한 과학용이지만, 여기서 얻어진 데이터가 군사적으로 쓰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4대의 수중 카메라에서 얻어진 데이터는 하이난(海南) 성 산야 시에 있는 연구소로 보내지는데, 산야 시는 중국의 핵잠수함 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수중 카메라가 설치된 후안데푸카 해협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역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협 남쪽의 미국 시애틀 인근에는 핵잠수함 조선소와 미국 서부해안에서 유일하게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수용할 수 있는 선박 수리시설을 갖춘 킷샙 해군기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중요한 해역에 수중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중국과 캐나다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의 캐나다 전문가인 천훙차오는 "심해 탐사 네트워크는 매우 민감하고 국가 안보에 직결된 시설이어서 특별한 신뢰 관계가 없는 한 다른 나라에 개방하지 않는다"며 "이번 협력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서 양국 최고위층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캐나다 양국은 2013년 해양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별로 없다.

SCMP는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무역 갈등으로 악화했던 시점에 이번 협력이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캐나다, 유럽연합(EU),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캐나다는 이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 128억달러어치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겼다.

다만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캐나다와 중국의 협력 관계가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푸단대학의 신창 교수는 "최근 미국 상원의원들이 캐나다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5G 통신망 구축에서 중국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 것을 요청했다"며 "수중탐사 영역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캐나다가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