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30조달러에 달하는 뉴욕증시는 투자자는 물론 언론사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항상 독차지한다. 뉴욕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면 사람들은 경제가 좋아진다고 기분 좋아하고 반대로 2008년 금융위기처럼 뉴욕증시가 폭락하면 경제 지옥이 찾아왔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우리는 뉴욕증시 보다는 규모가 훨씬 큰 41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공사채(bond)를 거래하는 채권시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뉴욕증시 보다 오히려 채권시장이 미국 경제의 건강상태를 판단하는데 더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자로 전 투자은행 출신으로 저자인 윌리엄 코한의 특별 기고를 통해 채권시장은 현재 우리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높은 수익률에 혈안이 된 투자자들이 이자율을 많이 주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높은 공사채를 경쟁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또 이같은 투자자들의 수요에 호응, 기업과 뮤추얼 펀드, 헤지펀드는 물론 대학교 엔도우먼트 펀드까지 경쟁적으로 공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할 것은 공사채도 주식같이 등락의 리스크가 존재하는 등 주식에 뒤지지 않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식이 계산된 ‘도박’이라면 공사채를 사는 것은 계약상 의무조항이다. 공사채 발급 주체는 공사채 원금과 함께 이자까지 지불해야하는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공사채 매입자는 발행처가 파산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투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10년간 공사채 가격은 공사채 발행처의 크레딧 레이팅이나 재정상태, 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공사채 발행 주체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투자자는 더 높은 이자율을 받아야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2008년 금융사태 이후 이같은 정상적인 투자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경제학자는 최근 기고문에서 “현재의 채권시장 거품은 투자자들의 그릇된 낙관적인 전망에 상당부분 기인한다”며 “경제가 잘 돌아가고 투자자들이 돈을 벌면 많은 투자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무한정 지속될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더 높은 리스크를 떠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같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오랜 기간 동안 상승장(bull market)이 지속되고 있으며 공사채 발행주체(기업)들의 파산이나 채무 불이행(디폴트) 비율도 낮은 상태다. 또 이같은 상승장에서 연방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와 이들 기업들의 공사채 사이의 이자율 차이도 계속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따라 국채 보다는 공사채에 투자하는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방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돈을 빌리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공사채 발행주체 중에서도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공사채 발행주체는 투자자들을 지속적으로 모우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이자를 지급하는 등 이자율 거품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채권시장의 거품이 터진다면 수조달러에 달하는 투자원금이 사라질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공사채 발행주체인 기업들은 돈을 빌릴 수 없게 되고 이는 제2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벤 베넝키 전 의장 재직 당시 대대적인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국 경제 활성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의 한 단면에는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투자할 돈이 넘쳐나서 소위 ‘묻지마 투자’가 극성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등도 사실 당시의 제로금로 정책의 한 명암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제로금리로 은행이나 채권 등 이자 수익률이 워낙 낮아 투자자들이 더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서브프라임 등 위험한 투자수단에 돈을 쏟아 부었다.
현대 월가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잔치 조차 제공하지 않는 공사채 발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조달러 규모의 기업 공사채 시장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안전조치가 미흡한 비율이 무려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지난 6월 휴대폰 보험사인 아슈리언(Asurion)은 37억5,000만달러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로 인해 이 기업의 총 부채는 무려 113억달러로 늘어나면서 부채 비율이 현금 흐름(cash flow)의 7배에 달했다. 미국 4대 통신사인 AT&T도 타임워너를 850달러에 인수하면서 총 부채가 1,800억달러로 급등했다.
기업도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면 어마어마한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내기 위해 공사채를 지속적으로 발행해야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실적이 좋다면 감당할 수 있겠지만 경기가 침체기에 빠져들면 기업의 이자 지불 능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위험을 타개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월가 투자은행들이 공사채 발행기준을 강화하고 ▲감독국도 공사채를 발급에 대한 감사와 규제를 강화하며 ▲월가도 무분별한 공사채를 발급하도 수천, 수억달러의 수수료를 버는 기존의 수입체재를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자율이 낮았던 제로금리 시대, 또 이자율이 다시 오르는 현 상황 모두 투자자에게는 다른 형태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자율이 오르는 현 시점에서는 공사채 발행 기업들의 이자 페이먼트 부담 등 재정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과 재정상태가 공사채 발급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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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기자-한국일보-뉴욕타임즈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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