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3차례 LA와 오클랜드 오가며 생활...엄마 보살피라는 남편 배려,가족 이해 감사
▶ “어제 일 기억 못해도 나를 알아봐 다행”

지난 1월 EB노인회 행사에서 2018년 새해 소원을 밝힌 김신혁씨. 그의 소원은 필라델피아 아들 집에 가고 싶다, 손자 결혼식에 가기를 기다린다, 내고향 평양에 가보고 싶다이다.
“엄마가 키를 못찾거나 집을 못찾을 때까지는 지금처럼 샌퍼난도밸리(LA 북쪽)와 오클랜드를 오가는 생활을 할 겁니다.”
3년전 엄마 김신혁(86)씨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자 남가주 샌퍼난도밸리에 거주하는 큰딸 제니 리(63)씨는 매달 3차례 오클랜드로 와서 엄마를 돌보고 있다.
지난 17일 이스트베이노인봉사회관에서 만난 제니씨는 엄마 김신혁씨 옆에 붙어서 “어제 (EB한인회가 주최한) 설날 떡국잔치에서 엄마가 삼성 40인치 TV를 (경품 추첨으로) 탔어요”라며 셀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김신혁씨는 “내가 TV를 탔어? 난 모르겠는데...”라고 천진하게 답했다.
제니씨는 “엄마가 어제 일은 기억 못해도 이전 일은 다 기억하신다”면서 “피아노도 잘 치시고, 찬송가 가사도 잊지 않고 모두 부르시고, 미국 국가도 영어로 부르신다”고 자랑했다.
그는 “내가 사는 샌퍼난도밸리로 엄마를 모시고 가고 싶어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은 엄마에게 감옥생활이 될 것”이라면서 “주중에는 EB노인회, 주말에는 오클랜드연합감리교회에 나가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시는 어머니의 생활을 헤치지 않는 길은 지금처럼 내가 두 곳을 오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제니씨는 샌퍼난도밸리에서 비행시간 1시간을 포함해 총 5시간 걸리는 오클랜드로 오면 엄마와 3-5일씩 머물다 가곤 한다. 오클랜드로 오면 제니씨가 없을 동안 어머니가 드실 음식을 만들고, 샌퍼난도밸리에 가면 남편과 직장에 다니는 아들(27)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 놓는다.
그는 “아메리칸에어라인(American Airlines) 비행정비사로 30여년 근무한 중국인 3세 남편 덕분에 항공료는 혜택을 받는다”면서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준 모든 여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니 씨는 “남편의 배려, 가족의 이해가 없으면 엄마를 돌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서 “남편은 내가 집을 비워서 불편하다는 내색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오히려 암으로 고생하는 시어머니를 (제니씨가) 잘 돌봤으니 장모님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잘 모시라고 남편이 배려해줄 정도다.
샌퍼난도밸리에 있을 때는 오클랜드 엄마 집에 설치해놓은 CCTV를 통해 엄마가 약을 복용하는지를 체크하며 어머니의 생활을 살핀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한 EB노인회 행사, 함께 먹었던 음식 등을 셀폰으로 촬영해 엄마의 기억력을 붙들려 한다.

지난 16일 EB노인회관에서 열린 노래자랑대회에서 제니 리(왼쪽)와 김신혁씨가 ‘동무생각’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모녀는 지난 16일 EB노인회관에서 열린 노래자랑대회에서 ‘동무생각’을 함께 불러 감동을 주었다.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그 ‘동무생각’의 가삿말처럼, 정성껏 엄마를 돌보는 딸의 효심으로 엄마의 병세는 악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75년 가족이민온 김신혁씨는 중학교 시절 고향인 평양을 떠나 서울로 남하하면서 조만식 장로의 편지를 품속에 간직하고 내려와 이승만 대통령측에 전했던 옛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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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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