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로 만든 압력센서(위)와 이 센서를 적용한 키보드 [한국연구재단 제공]
새해를 알리는 달력, 아이들이 종이접기할 때 쓰는 색종이 등 '종이'는 일상에서 흔한 소재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런 종이의 다양한 특성에 주목해 새로운 용도로 쓰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심우영·이태윤 연세대 교수팀의 경우 종이로 '압력 센서'를 구현했다. 이 센서는 쌀 한 톨(8mg)의 무게를 구분할 정도로 감도가 높다.
연구진은 종이의 표면에 미세한 굴곡이 있음에 주목했다. 굴곡 때문에 종이 두 장을 겹치면, 면과 면이 완전히 붙지 않는다.
연구진은 종이 사이에 전도성 물질을 도포해 두 장을 붙인 형태로 센서를 제작했다. 평소 이 센서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지만, 압력을 가하면 종이 두 장이 붙어 전류가 흐르게 된다.
연구진은 이 센서를 적용해 키보드도 제작했다. 터치 세기에 따라 소문자와 대문자를 구분해 입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우영 교수는 "소재의 물성을 잘 이해하면, 실리콘 못지않은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종이 소재를 택한 배경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실렸다.
혈당을 측정하는 '패치형 센서'도 이런 종이로 제작된 바 있다.
최석현 미국 뉴욕주립대(빙햄턴캠퍼스) 전자공학과 교수팀은 '효소 연료전지'(enzymatic fuel cell)를 얇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런 센서를 제작해 지난 10월 발표했다.
최 교수팀이 만든 효소 연료전지 안에는 포도당을 산화시키는 '포도당산화효소'(glucose oxidase)가 들어있다. 포도당이 전지로 들어가면 포도당산화효소와 반응해 전류를 발생시킨다.

땀 속 당함량을 측정하는 패치형 센서의 모습. [뉴욕주립대(빙햄턴캠퍼스) 제공]
사람이 운동할 때 이 센서를 붙이고 있으면 땀이 전지로 들어가고, 전지에 있는 포도당산화효소가 땀 속 포도당과 반응해 전류를 일으킨다.
땀 속 당 함량이 많을수록 전류가 많이 발생하므로, 전류값을 바탕으로 땀 속 당 함량을 알 수 있다. 또 땀 속 당 함량을 바탕으로 혈당을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실제 사람 2명을 대상으로 땀 속 당 함량을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최석현 교수는 "센서의 재료가 '종이'이므로 상용화되더라도 가격이 저렴해 개발도상국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점을 꼽았다.

패치형 센서에서는 땀 속 당함량이 높을수록 전류값이 높다. 전류값을 바탕으로 땀속 당함량을 알 수 있다. [뉴욕주립대(빙햄턴캠퍼스) 제공]
잘 휘어지면서도 가벼운 종이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도 있다. 이런 특성은 웨어러블 기기용 '배터리'로 적합하다.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지난해 일반 종이에 배터리를 찍어낼 수 있는 '잉크'를 개발했다.
이 잉크로 종이에 10~20㎛(마이크로미터·1㎛=100만 분의 1m) 두께로 1㎠ 면적의 문양을 출력하면, LED 전구를 수초 간 켤 수 있다.
만일 이 잉크가 상용화된다면, 집에서 잉크젯 프린터로 '배터리'를 출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상영 교수는 "종이는 환경친화적인 자원이고, 유연성 및 독특한 기공 구조가 있어 전지용 소재로 좋은 성능을 발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잉크젯 프린터로 종이 위에 출력한 배터리.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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