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지금은 대화할 시점아냐…北정권 근본적 태도 개선때까지 기다려야”

연설하는 틸러슨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국제교류재단 제공]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지 않고도 일단 북미 대화를 재개해볼 수 있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놓고 미 정부 내에서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12일 워싱턴DC에서 한국과 미국 싱크탱크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며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의지 확인 등 기존 조건을 일단 접어두고 일단 대화의 문을 열어보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의 제안을 내놨다.
심지어 틸러슨 장관은 "(핵·미사일)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원한다면 만나서 날씨 얘기만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일단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첫 자리는 상견례 차원의 '만남을 위한 만남'이 되어도 무방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북한과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다.
다만 당시에도 틸러슨 장관의 이러한 언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분명한 교감 아래 나온 제안인지는 확실치 않아 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던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실히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았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13일 백악관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는 반응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북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북한은 먼저 어떠한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을 고려하면 분명히 지금은 (대화할) 시간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태도를 개선할 때까지 북한과의 협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데 합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틸러슨 장관의 제안이 알려진 직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었다.
로이터통신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백악관이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날 백악관의 이 같은 반응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얼마 안 돼 국무부에서도 일종의 해명성 반응이 나왔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의 전날 대북 제안과 관련, 대북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는 소강기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틸러슨 장관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한과 "적절한 시기에" 대화하는 데 열려 있지만, 지금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멈출 의향을 보이지 않으므로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노어트 대변인이 이날 언급한 소강기(period of calm)는 전날 틸러슨 장관이 말한 도발의 '휴지기(quiet period)'와 사실상 같은 의미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대화 도중 시험이나 추가 도발을 한다면 대화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화하려면 일정 기간 휴지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틸러슨 장관 역시 북한의 핵 도발 중단이라는 전제조건을 사실상 내건 것으로, 정부의 기존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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