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지진 중 콘크리트 빌딩 붕괴가 LA에 주는 경고
▶ 내장철근 충분치 않아 콘크리트 빌딩들 붕괴

멕시코 지진으로 붕괴된 이 오피스 건물은 도대체 몇 층짜리 빌딩이었는지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발굴된 시신은 20구, 구조반은 아직 10~20명이 이 잔해 속에 더 매몰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때 활기를 띄었던 콘크리트 오피스 빌딩은 무덤이 되어버렸다.
멕시코시티 콘데사 지역 아베니다 알바로 오브레곤 286번지 빌딩의 상부 층들은 완전히 주저앉아 마치 팬케이크를 겹쳐 놓은 듯 보였다.
분주했던 사무실의 흔적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 플랜트 화분, 부서진 블라인드, 네이비블루 빛깔의 벤치 쿠션, 서류를 철한 바인더들, 부서져 열린 파일 캐비넷, ‘스타워즈’ 장난감 모델, 벽에서 뜯겨져 나온 전기 콘센트.
이 모든 것이, 떠받치고 있던 기둥이 무너져버리며 내려앉은 육중한 콘트리트 바닥 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현장엔 죽음의 악취가 감돌았다. 이 빌딩에서 생존자를 마지막으로 구출해낸 것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발굴된 시신은 20구, 구조대는 10~20명이 더 매몰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빌딩은 마치 거인이 다가 와 지붕에 힘껏 주먹을 내려친 듯 보였다. 너무 심하게 파괴되어 이전에 몇 층짜리 빌딩이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5층쯤 되지 않았을까? 실제로는 7층짜리 빌딩이었다.
일부 구조대는 바로 옆 3층짜리 빌딩의 꼭대기에서 이 빌딩의 지붕으로 접근했다.
한때 이 건물의 중심이었던 콘크리트 기둥들이 부서진 채 잔해의 한 가운데 있었다. 콘크리트에 싸인 철근 보강대들이 끊어진 신경들처럼 덜렁거리며 붙어 있는 기둥들은 마치 ‘골절된 척추’ 같았다.
이 잔해는 요즘 콘크리트 빌딩의 가장 흔한 결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LA의 구조공학자 키트 미야모토는 설명한다. 지난주 멕시코시티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를 살펴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그는 그 결함은 건물이 흔들릴 때 기둥을 떠받쳐주도록 내장한 철근 보강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수직 기둥들이 수평빔과 만나는 지점에서 콘크리트가 터지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인데 잔해를 보면 이 빌딩의 주요 접합부분들에 보강용 철근 봉들이 전혀 충분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기둥들이 부서지기 시작했을 때 빌딩을 떠받쳐줄 만한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캘리포니아의 지진공학자 애나 랑은 이 빌딩은 아마도 심한 측면 진동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빌딩은 4,200명의 사망자를 낸 1985년의 멕시코 대지진 전에 신축되어 당시 진도 8의 강진은 견디어 냈는데 이번 강도 7.1의 지진에는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캘리포니아에는 이와 같은 스타일의 빌딩들이 많다. 전후 지어진 빌딩들인데 1971년 LA 실마 지진에서 신축 콘크리트 병원 빌딩이 무너진 후에야 그 위험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와 멕시코의 신축 콘크리트 빌딩들은 충분한 철근 보강을 필수로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지역에선 옛 건물들의 경우 내진 보수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LA는 최근 이 같은 내진 보강을 요구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조례에 의하면 건물 소유주들은 시 당국의 지진 평가서가 나온 후 25년 이내에 보강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시당국은 아직도 보강이 필요한 빌딩의 명단을 완성시키지 못한 상태다.
“LA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습니다 - ‘내 빌딩은 노스릿지 지진에도 괜찮았다. 우린 안전하다’…그러나 이 빌딩을 보십시오. (1985년의 대지진보다) 약한 지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라고 미먀모토는 말했다. 강진이라고 해서 모든 빌딩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그보다 약한 지진에 붕괴하는 빌딩도 있다. “지진에 따라 빌딩들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니까요”
이번 멕시코 지진은 발생 시간도 나빴다. 점심시간이 시작되려는 오후 1시가 막 지나서, 빌딩에 근로자들이 가득 차 있을 때였다.
캘리포니아에선 지진발생시 맨 먼저 ‘엎드리고, 가리고, 붙잡아’ 떨어지는 물체로부터 몸을 보호하도록 대처훈련을 받지만 멕시코시티의 주민들은 우선 빌딩 밖으로 피해 나오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상당수 사람들이 빌딩이 무너지기 전 밖으로 뛰어나와 목숨을 구했다. 다른 대형 빌딩의 붕괴 순간을 담은 동영상에 의하면 붕괴는 흔들리는 동안이 아닌, 흔들림이 끝난 후였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미야모토는 빌딩 잔해의 구조적 안전성을 컨설팅하기 위해 빌딩 안으로 들어갔었는데 출구 층계 부근에서 엉긴 채 숨져있는 시신들을 보았다고 전했다. (빌딩이) 단 몇 초만 더 버티어주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지진은 멕시코시티에선 ‘빅 원’이 아니었다. 중간 정도에 불과했다. 이것은 멕시코시티는 물론 LA를 포함한 모든 지진발생 가능지역에 대한 ‘경고’라고 미야모토는 말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멕시코시티에서 80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만약 진앙지가 가까웠더라면, 마이 갓, (그 피해는) 100배는 더 심했을 것입니다”
남가주에서의 빅 원은 지난주 멕시코가 경험한 것보다 더 끔찍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린 LA에서도 같은 일을, 같은 광경을, 같은 냄새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라고 미야모토는 말했다.

부서진 콘크리트 기둥들. LA의 구조공학자들은 이 잔해가 오래된 콘크리트 빌딩들의 가장 흔한 결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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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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