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헨리포드는 자동차의 부품 표준화를 통해 가성비 높은 모델T 자동차를 생산했다. 그로부터 5년 후 포드는 도살장을 시찰하다가 갈고리에 걸린 고기를 모노레일로 움직여 부위별로 도려내는 것을 목격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조립 아이디어를 얻었다. 포드의 시스템은 자동차 조립시간을1/4로 줄였고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
그 결과, 효율성과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 따랐다.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작업을 해야 하는 인간이 로봇으로 전락된 것이다.
헉슬리는 포드가 모델 T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해를 배경으로 소설 <멋진 신세계>를 썼다. 그 신세계에서는 대량생산의 선구자인 포드를 신적 존재로 여겼고, 모든 인간은 대량 생산된 물건처럼 동일했으며, 개성을 지닌다는 것은 악덕이었다. 인공 부화 조정국의 계획에 따라 출생부터 죽음까지 통제된 시스템에서 인간은 주어진 자신의 등급에 따라 양육, 통제되어 기계처럼 살았다. 한창 성장하는 기간에는 잠잘 때마저 세뇌교육을 받았고, 만일 불안ㆍ공포ㆍ지루함 같은 부정적 감정이 생기면 소마라는 약을 먹여 즉시 감정을 덮었다. 그곳에서는 갈등ㆍ번뇌의 기회도 없었고 깨달음ㆍ 성취감 같은 느낌도 가질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교육과정도 컨베이어 시스템이 만들어 낸 <멋진 신세계>와 비슷하다. 강의시간에 교수의 말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받아 적고, 심지어 농담까지 기록해야 나중에 시험 치를 때 학점을 잘 받는다라는 사실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이 밝혔다. 만일 학생의 생각이 교수와 다른 경우, 90%의 학생이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겠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이렇게 무비판적이고 기계 같은 학생의 태도는 미국 대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일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를 지낸 윌리엄 데레저워츠는 대학을 똑 같은 바코드 찍어 내는 공장으로 비유하고, 마케팅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소비자,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시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온순한 양떼를 기르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K-16 과정을 겪고 사회에 나와 보면 자신이 로봇처럼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조건반사와 세뇌교육으로 점철된 여러 가지 수업을 들어보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는 배울 수 없고, 지적 갈증은 느끼지만 시험공부에 쫓겨 목마름을 채울 시간이 없고, 교내외 활동을 해보지만 스펙쌓는데 도움이 될뿐,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술습득에는 역부족이다.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자신이 허우적거릴 때 도움 주는 친구는 없다.
통제와 관리의 학교에서 배운 것은 명령을 따르는 방법 이외는 별로 없다. 그 결과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느낀 감정과 비슷하다. 다섯번째 별을 방문한 어린 왕자가 가로등을 관리하는 사람과 만나 나눈 대화의 내용을 보면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왜 방금 가로등을 껐나요?”
“명령이야.”
“명령이 뭐예요?”
“가로등을 끄라는 거야. 그럼 안녕.”
그리고 그는 다시 불을 켰다.
“그럼 왜 방금은 불을 켰지요?”
“명령이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해할 필요는 없어. 명령은 명령이니까.”
가로등 관리인은 자신이 받은 명령에 대해 무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명령자와의 대립이나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둔 것이다. 갈등 없는 관계는 이루었지만 결과는 자신의 감정과 행위의 분리를 일으켰다. 그 감정은 포장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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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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