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발이는 좋지만 발 없는 건 나쁘다
(Three Legs Good, No Legs Bad)
5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당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이름하에 선거구민들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심각한 해를 입힐 것인가? 나로선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왜 공화당이 오바마케어에 대한 비재앙적인 대안을 들고 나오지 못하는가를 따져볼 절호의 기회다. 그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다.(공화당원들이 충격적일 정도로 반지성적이 되어버린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진짜 이유는 오바마케어 전체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중요한 요소만을 부분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데 있다.
병력자를 포함해 누구나 구입가능한 의료보험을 만들기 원한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아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전 국민을 메디케어에 가입시키는 단일보험제도가 최상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국가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
우선 막강한 힘을 지닌 보험사들이 시장에서 순순히 밀려날 리 만무하다. 게다가 단일보험은 대규모 증세를 필요로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증세로 잃는 것보다 보험납입금 제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지만 세금인상은 선거전에서 제시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런 이슈다.
이유는 또 있다. 65세 미만의 미국인들은 대개 직장보험을 갖고 있고 자신의 보험 커버리지에 만족한다. 이들은 현재 갖고 있는 보험보다 더 나은 대체보험을 제공해주겠다는 정치인들의 약속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어떤 진정어린 설득도 소용이 없다.
따라서 오바마케어는 소위 ‘세발 의자’(three-legged stool)라는 점진주의를 택했다. 오바마케어는 먼저 보험사들에게 소비자의 병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플랜을 동일한 가격에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병력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첫 번째 다리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저절로 ‘죽음의 나선’(death spiral)으로 연결된다: 건강한 사람은 몸이 아파 보험이 필요할 때까지 가입을 미루게 되고 상대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가입하게 되며 이로 인해 프레미엄이 올라가면 더 많은 건강한 사람들이 보험가입을 미루는 부정적 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연유로 건강한 사람도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개인 의무조항이라는 두 번째 다리가 전체 규제안에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이 조항을 지키기기 위해 사람들은 보험의 최저기준만을 간신히 맞춘 유명무실한 저가 플랜을 구입한다.
그래도 보험을 구입할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오바마케어의 세 번째 다리는 저소득자들이 부담해야 할 경비를 제한하는 정부보조다. 최저소득자들에게는 보험료가 100% 보조되면서 보험은 메디케이드 확장의 형태를 취한다.
키포인트는 오바마케어가 이들 세 개의 다리를 모두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 치워버려도 프로그램은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치렁치렁한 세 개의 다리를 갖고서도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이제까지 오바마케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법에 쓰인 대로, 그리고 연방대법원의 해석대로 의료보험개혁법의 정상적 작동은 상당부분 각 주정부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주 정부가 메디케이드를 확장하고, 자체 보험장터를 운영하며, 보험사들 사이의 가입자 확보 경쟁을 촉진하는 등 적극적인 협조를 하는 곳에서 오바마케어는 훌륭히 작동했다.
서로 이웃한 켄터키와 테네시의 경험을 비교해 보라. 오바마케어가 전면 시행되기 전인 2013년, 테네시의 무보험자비율은 13%로 켄터키의 14%에 비해 다소 낮았다. 하지만 2015년에 이르면 의료보험개혁법을 전면 시행한 켄터키의 무보험자비율은 6%로 뚝 떨어진 반면 테네시의 수치는 11%를 기록했다.
이번엔 단 한 개의 보험사만 영업을 하는 카운티들의 문제를 살펴보라. 물론 여기엔 경쟁이 없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문제는 거의 모두 공화당 우세 주인 레드 스테이트에서 나타난다.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인 주의 경우 전체 인구의 21%가 보험사가 단 한 개 뿐인 카운티에 거주한다.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주에서는 이 수치가 2%에도 못 미친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오바마케어는 이를 제대로 운용하기 원하는 주에서는 훌륭한 법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개선점이 없지 않지만 공화당은 오바마의 의료개혁법에 아예 관삼조차 주지 않는다. 대신 공화당은 삼발이의 다리 세 개 가운데 하나 이상을 잘라낼 생각에 골몰한다.
먼저 공화당은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보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만드는데 필수적인 개인의무조항을 폐기하려 든다.
두 번째로, 공화당은 부유층 세금감세에 사용할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인정사정없는 메디케이드 감축을 비롯, 정부보조를 대폭 삭감하려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가정은 순 보험료의 극적인 인상을 감당해야 한다.
마지막은 요즘 많이 듣게 되는 크루즈 수정안이다. 보험사들로 하여금 최저 커버리지에 높은 디덕터블을 요구하는 플랜을 제공토록 하자는 방안이다.
병력자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플랜이다. 자연히 병력자는 고비용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고 오바마케어의 세 번째 다리는 효과적으로 절단된다.
그렇다면 무보험자 급증을 막기 위해 공화당은 자체 의료보험안에서 어떤 부분을 포기해야 할까? “모두 다”가 정답이다.
지난 수 년간 줄기차게 오바마케어를 비난해온 공화당은 보다 나은 대체안을 갖고 있지 않다. 아니 실질적으로 그들에겐 아디이어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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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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