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마켓주인이나 식당운영자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 때문이다.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이기심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사회는 공동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경제이론을 내놓은 애덤 스미스의 생각이다
대학도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개인과 마찬가지다. 몇 군데 대학의 마케팅 문구를 보자. “너의 꿈을 좇아라. 우리 대학의 학위는 성공의 발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를 맛볼 수 있는 투자는 우리 대학에 하라” “누군가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누군가는 다른 꿈을 꿔야 한다.” 여기서 정확히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도대체 성공이란 것이 무엇이고 발판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마치, “코카콜라는 진짜(It’s the real thing. Coke)”라는 광고에서 진짜라는 게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 것처럼. 애매모호하게 피상적으로 말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만 설레게 만드는 정치인들의 발언과 비슷하다.
나아가, 재정보조내역을 물어보는 질문에“대부분 학생들이 융자를 하기 때문에 빚을 지는 것이 큰 일은 아니다. 졸업 후 얼마든지 갚을 수 있다”라고 대답하며 밴드왜곤 효과를 유도하는 대학도 있다. 캠퍼스 내 파트타임 자리를 만들어 졸업자를 취업시킴으로써 취업률 수치를 높여 발표하는 대학은 비일비재하다. 이렇듯, 대학은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않으며 지원자의 구매력, 곧 대학의 이익을 높이는데 연연하고 있다.
학생들 또한, 학자금 빚더미, 취업 불투명, 과장 광고에는 아랑곳없이 어떻게 해서라도 명문대학과 연결고리를 형성함으로써 그 관계에서 오는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스놉(snob)효과를 원한다. 한자리 숫자의 합격률, 즉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대학에 다닌다는 으쓱거림 이미지를 쫓는 것이 지원자들의 우선순위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머피의 법칙을 만난다. 마켓의 여러 계산대 가운데 가장 짧은 줄에 섰는데도 내가 선 줄이 가장 천천히 움직이거나, 백화점 세일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려는데 그것이 세일품목에서 제외되었거나, 100달러 이상 물건을 구입하면 사은품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달려갔지만 바로 앞줄에서 사은품이 품절되는 경우처럼, 대학교육의 결과가 자신이 바라는 것과는 달리 풀리지 않는 쪽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졸업후 취업, 즉 제대로 된 납세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졸업 후 기다리는 것은 오피스가 아니라 벼랑 끝이다. 졸업자 두 명중 한 명이 백수, 아니면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종에 취업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대학이란 곳을 자신의 이름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이름을 욕망하는 최다 지원자를 유혹하여 최다 불합격자를 만들고, 나머지는 학점노예로 길들여 그들에게 학위를 판매하는 유령회사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만일 애덤 스미스가 오늘 생존해서 대학을 방문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학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다. 오히려 대학의 이익 추구로 인하여 의도치 않았던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이에, 모든 대학은 스미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서로 다투어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졸업식 연사로 모실 것이다. 그리고“의도치 않았던 목표”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묻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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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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