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성경적 시각에서 조명한 박준서 박사의 글은 통일에 대한 매우 분명한 이유와 정당성을 제공해 주었다. 통일을 단순히 한민족이라는 이유에서 찾는 민족주의적 당위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편적인 섭리에서 찾은 부분은 명확한 통일의 근거를 제시해 준 것이었다. 샬롬(shalom)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이를 잘 보여주었다.
샬롬은 평화나 화평이라는 말뜻 이전에 ‘완전함(completeness)과 온전함(wholeness)’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바로 완전한 하나의 조화와 질서로 요약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를 한 몸된 교회로 표현한 말씀도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통일은 민족의 단일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 분열과 갈등의 반목에서 하나님의 샬롬을 다시 세우기 위한 보편적 정당성을 얻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준서 박사는 이러한 정당성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근거를 함께 제시하였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이 홀로 행하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만들어 가신다는 사실에 있다. 창조 이후의 모든 역사는 하나님과 인간의 합력이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독창이 아니라 합창이라는 비유는 이미 역사의 과정이 하나님과 우리의 온전한 조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벽암록에 나오는 “줄탁동시(啐啄同時)“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말은 병아리가 생명이 되어 알에서 나오는 과정을 표현한 것인데, 껍질 밖으로 병아리가 나올 때 새끼는 안에서 껍질을 쪼고 동시에 밖에서도 어미가 껍질을 쫀다는 뜻이다. 알은 밖에서만 깨어 나오면 말 그대로 죽은 계란일 뿐이지만, 함께 일할 때 진정한 생명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역사가 생명의 과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와 함께 일하시기 때문이다.
북한 선교와 통일을 이루어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통일의 과정은 하나님만 혼자 일하시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도 일하기를 원하신다. 마치 에스겔의 두 막대기를 통해 보여주신 계획처럼 말이다. 하나님은 그 때도 사마리아와 이스라엘이 하나되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일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견과 차별로 하나님의 일을 방해했다.
지금도 우리는 이러한 편견과 차별로 인해 하나님의 뜻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강도 만난 사람들을 도우라고 주님은 말씀하셨다. 그런데 편견과 차별로 강도 만난 사람을 외면할 때가 있다. 나아가 강도 만난 사람을 도우려는 이들 조차 사마리아인이라는 이유로 홀대하는 경우를 본다.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그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비록 입장이 달라도 하나님의 온전한 뜻을 위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상호 존중의 자세가 필요한 까닭이다. 통일은 민족의 단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통일을 이루어 가는 과정 속에서 함께 소통하며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통일의 당위성을 민족의 차원이 아닌 하나님의 뜻으로부터 찾고자 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북한선교와 통일의 역사를 함께 이루기 위해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일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더불어 서로 다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자세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온전한 한 몸을 이룬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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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인목사 (열린교회담임, UMC 평화위원회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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