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현,‘Companion’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정호승 (1950- ) ‘결혼에 대하여’ 전문
시와 자연을 사랑하고 소박하고 진실하며 꿈과 사랑과 인연, 그 기쁨과 아픔을 모두 아는 그런 사람과 결혼하라고 시는 말해준다. 하지만 그런 여자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 여자를 영원히 사랑할 그 여자의 남자는 또 어디에 있는가. 더구나 ‘사람’을 ‘여인’으로만 해석한다면 페미니스트적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행여 그가 여인이면 어떻고 남정네면 어떻겠는가. 사랑도 결혼도 두려운 혼돈의 시대에, 참으로 순결한 한 영혼을 가만, 꿈꾸어 볼 뿐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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