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칠수록 새로운 비리가 터져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권력이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권력을 잡지 않았으면 최순실도 국정농단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금과 같은 망신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권력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권력은 칼이다. 권력은 다른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정작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이다.” “권력의 소중함은 국민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 권력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었을 때 그 결과는 추악했다.”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권력의 속성을 꿰뚫고 있던 정치인 박근혜가 자신이 말한 그 길을 지금 걸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자신이 퇴임할 때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하던 날 집을 떠나는데 어느 동네주민이 진돗개를 선물하며 “박수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대통령이 되십시오”라고 말하던 장면이 아직도 우리 눈에 선하다.
지금 어찌 되었는가. 박수는커녕 잘못하면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신세가 되었다. 권력을 잘못 사용해 칼자루를 잡았던 손이 지금은 칼날을 잡고 있다.
한국의 모든 대통령들이 취임 때는 개혁을 외쳤으나 퇴임 때는 대통령이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되어 자신이나 가족들이 감옥에 가는 비극을 겪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내세운 정치개혁 구호가 뭔지 아는가. ‘사회정의 구현’이었다. 기가 막힌 일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왜 부패 하는가. 퇴임 후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특히 권력을 쥔 대통령은 발효 되는 것이 아니라 부패되기 쉽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마음대로 안 되는 비극과 마음대로 되는 비극인데 대통령의 비극은 마음대로 되는 것의 비극이다.
직장 다니는 샐러리맨이 퇴직 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를 걱정하는 것처럼 대통령도 퇴임 후 자신이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염려하게 된다. 이 문제는 돈과 얽혀 있다. 그런데 대통령 자신은 돈을 모을 수가 없다. 따라서 가족이나 측근들이 대통령의 퇴임 후 생활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대통령은 퇴임이 가까워 올수록 믿을 사람은 자신과 측근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측근의 비리를 눈치 채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퇴임대비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고는 눈을 감게 된다. 전경환, 박철언, 김현철, 김홍업, 노건평, 이상득 등 친인척비리가 모두 이래서 일어난 일들이다. 이것이 대통령이 겪는 말기현상이다.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등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증언이 튀어나오고 있다.
한국민의 대다수가 박근혜 대통령이 좀 물러나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인명진 한국당(구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마저 어제아침 어느 라디오 대담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되기보다 사임해야 된다” 라고 말했을 정도다.
말기현상이 대통령 주변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면 대통령도 눈이 멀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다”라고 말한 것은 박 대통령의 혜안이 얼마나 흐려졌는가를 웅변해 준다. 위기가 닥쳤을 때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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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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