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경제단체를 찾아서 ⑥ 가주한미식품상협회,
▶ 회원업체 한 때 4,500여곳 주류사회에 영향력 과시
2014년 통합협회 출범후 트레이드쇼·공동구매 등 회원사 권익 위해 앞장
가주한미식품상협회(CA KAGRO)는 한인 리커스토어 업주들이 스스로의 권익 보호와 각종 규제에 맞서 주류사회에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 1982년 설립된 단체다. 리커스토어가 한인 이민 1세들의 대표적인 스몰 비즈니스로 꼽히는 만큼, KAGRO의 역사도 한인 이민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4.29 폭동 때 큰 피해를 입으며 타 커뮤니티와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했고, 10년 넘게 이어져온 내분을 겪으며 깊은 자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난 2014년 통합을 통해 다시금 하나 된 KAGRO로 힘을 모아 한인업소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주 최대 한인단체
미국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미주 지역으로 유입되는 한인 이민자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던 90년대 초반, 상대적으로 언어의 장벽이 낮고 일한 만큼 수입이 되는 리커스토어는 한인 이민자들의 인기 비즈니스였다. 1982년 LA에서 가주식품상협회로 시작한 KAGRO는 1989년 전국직체로 발돋움해 전국 3만5,000여개 회원, 연 매출만도 150억달러를 훌쩍 넘기는 미주 최대 규모의 한인 경제 단체였다. 가주 지역 초창기 회원사만 1,500여곳. 최대 규모였던 1994~95년에는 회원사 수가 4,500여곳이 넘었을 정도. 주류 대기업들도 KAGRO의 바잉파워를 인정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KAGRO 역시 한인사회 각종 행사에 이를 활용하며 영향력을 키워갔다.
■4.29 폭동 이후 타커뮤니티와의 관계 중요성 깨달아
한인사회에 상처를 남긴 4.29 폭동은 KAGRO 회원 업소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당시 피해 업소만 약 200여곳. 이후 지역 주민과 타인종 커뮤니티와의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KAGRO는 장학사업의 범위를 지역사회로 넓히게 된다. 회원사나 임원진의 자녀가 아닌 회원 업소에 자주 찾는 손님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 이 방침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01년 LA타임스는 당시 KAGRO 이봉수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사우스 LA의 한인상인들이 LA폭동에서 얻은 교훈을 거울삼아 흑인과 라틴계 주민들과의 관계개선과 문화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주류사회에 목소리 내는데도 앞장서
2002년에는 몬테벨로 시의 ‘주거지, 교회, 병원으로부터 300피트 이내, 학교, 공원 등 공공시설로부터 1,000피트 이내에 있는 주류 판매업소들에 대해 조건부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시조례가 지역 내 한인 리커스토어 업주들의 사업체 매매와 양도에 피해를 주자, 힘을 모아 개정안을 통과 시키기도 했다.
■분열되며 진통도 겪어
승승장구하던 KAGRO는 지난 10여년간 크고 작은 내분을 겪게 된다. 회장 선출 및 자격 시비문제가 불거지면서 2004년부터 분열이 본격화된다. 이후 미주한미식품상총연합회 가주지부와 가주한미식품상협회로 양분된 뒤 2007년 통합을 이뤘으나 계속되는 내분으로 남가주 한인식품주류상협회, 캘리포니아 KAGRO, 가주식품주류상협회(CABA) 등으로 사분오열됐다.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대외 협상력과 영향력이 줄어들고, 코카콜라나 밀러 등 대형 주류 기업들이 분열을 이유로 후원을 꺼려하며 상당한 재정적 피해도 이어졌다.
■10여년 만에 통합, 가주한미식품상협회(CA KAGRO)로
한인업소들을 대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속적인 협상과 통합 시도 끝에, 지난 2013년 오랜 반목을 딛고 최종 통합에 합의하게 된다. 2014년 2월 가주한미식품상협회(CA KAGRO)라는 이름으로 현 김중칠 회장이 선출되고 한 지붕 아래 다시 뭉치게 된다.
■예전 명성 되찾기 노력 이어져
하나 된 CA KAGRO는 지난 2014년 13년 만에 대규모 트레이드쇼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하나 된 모습을 공식화 했다. 이후 2015년 새 로고를 제작하는 등 단합을 더욱 공고히 다져 나갔다. 올해 상반기에는 펩시코사와 ‘골드 멤버십 프로그램 for KAGRO’를 시작하며 회원사들을 위한 숙원사업이었던 공동구매를 통한 가격절감 효과를 현실화 했다.
■ 김중칠 회장 인터뷰
“주류와 맞서는 바잉파워 키울 것”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인업소들의 권익을 위해 계속 열심히 뛰겠습니다”지난 2014년 하나 된 KAGRO의 신임회장을 맡아 KAGRO의 통합을 위해 뛰어온 김중칠 회장은 “그동안 KAGRO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기울여온 노력을 앞으로는 회원사들의 권익을 위해 더욱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이사회를 통해 연임이 결정된 김 회장은 오는 2017년까지 두 번째 회장 임기를 이어간다.
■10년간 이어진 내분의 통합이 쉽지 않았을텐데
경기침체에 따른 생존 위기 속에서 통합은 꼭 필요했다. 오랜 분열로 유대관계가 약화됐고, 그 틈을 세븐 일레븐 등 대형 체인 스토어들이 파고들었다. 서로 돕고, 단결해도 어려운 시점에 힘이 분산되도록 놔 둘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었다. 각종 공익소송과, 분쟁 그리고 바잉파워가 줄면서 한인식품주류상들의 역량이 크게 약화 됐었는데, 한인업주들이 같이 살기 위해서는 서로 돕고 주류시장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한데 뭉쳤고, 재 단결이 가능해졌다.
■임기 3년간 가장 뿌듯한 점이 있다면
흩어져 있던 남가주 6개 챕터가 한 마음으로 다시 모인 점이다. 각 챕터 회장과 이사장들이 LA 본부 중심의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며 한 목소리 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한인 업소들의 전화문의가 부쩍 늘었는데, KAGRO로 문의하면 도움을 받고,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한인업소들에게 자리 잡은 것 같아서 감사하다.
■2017년 KAGRO의 목표는
흩어진 한인업소들의 힘을 모아 바잉파워를 더 키우는 것, 그리고 주류 대기업에 KAGRO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곧 한인업소들의 혜택과도 이어진다. 올해 이뤄낸 펩시와의 골드멤버십을 코카콜라와 다른 대기업과도 추진 중이다. 노동법과 공익소송, ABC 등 교육 세미나도 활발히 진행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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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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