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최순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아시아에서는 필리핀대통령 두테르테가 화제다. 최순실은 박근혜대통령의 실세 중 실세라는 것이 밝혀져 화제고 패색이 완연한 트럼프는 선거에 지면 소송을 할 뜻을 비쳐 화제다. 두테르테는 반미노선을 선언하고 친중국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고 언급해 화제다. 심지어 유엔에서 탈퇴하고 러시아-중국-필리핀을 잇는 새로운 동맹체제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에 엄포를 놓고 있다.
두테르테는 오늘 아침 일본을 방문하기에 앞서 가진 회견에서 “미국과 필리핀과의 반목은 내가 시작한 것이 아니다. 필리핀주재 미국대사 필립 골드버그가 시작한 것이다. 그는 나의 마약소탕 작전이 인권보호에 어긋난다는 소리를 하면서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리가 미국의 개 인줄 아는가. 그들이 바로 개자식들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도 ‘개자식’이라고 말해 미국-필리핀 정상회담이 깨어진 적이 있다. 마약용의자 3,000여명을 필리핀 경찰과 민병대가 사살한 것이 법을 초월한 월권이라고 오바마가 한 것에 대한 두테르테의 반응이다. 그가 상식이하의 막말을 내뱉고 반미노선을 지향하고 마약범들을 무자비하게 사살하는데도 그의 인기는 불가사의에 가까운 고공행진이다. 7월에는 91%까지 이르렀으며 “미국과는 이제 굿바이”라고 반미노선을 표방한 후에도 86%선에 머물고 있다.
두테르테가 국민들의 인기를 차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겁내지 않는 그의 막말이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막말이 허약한 리더십에 질린 필리핀 대중에게 ‘용감하고 행동하려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테르테를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와 트럼프는 전혀 다르다. 두테르테는 검사출신이다. 그리고 자신이 밝혔듯이 사회주의자다. 그가 말하는 사회정의는 빈부격차 해소와 범죄소탕 그리고 가난한 국민들의 정신을 파괴하는 마약근절이다.
특히 기득권 타파를 행동으로 옮기는 그의 박력은 서민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필리핀 정부에는 필리핀 내 모든 카지노와 복권 및 도박장 운영을 담당하는 파코(Pagcor)라는 기관이 있다. 매년 350억 페소(약 7,800만 달러)에 이르는 파코의 수입을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쌈짓돈처럼 유용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달 두테르테는 파코의 수입 전액을 서민을 위한 의료와 교육 지원에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농민들이 해마다 부담해왔던 20억 페소 상당의 관개수로 사용료도 폐지시켰고 정부가 소유한 농기구를 농민에게 무료로 임대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마약관련 부패관리 군인, 경찰, 판사, 정치인등 160여명의 명단을 공개 했다. 보이지 않는 혁명이 필리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약사범은 무조건 사살하겠다고 하자 70만명의 마약범이 자수해 왔다. 범죄율이 전국적으로 13%나 줄었다.
그러나 마약범을 소탕하면 사회가 안정될까. 두테르테는 멕시코가 걸어온 길을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멕시코도 한때 마약소탕을 벌였었다. 그러나 마약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모두 실업자가 됐는데도 정부가 이들을 구제하지 못해 다시 마약범들이 생겨난 것이다. 마약범 소탕에는 경제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두테르테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미노선? 자주외교? 모두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과 등지면 필리핀 경제가 파탄이 날 가능성이 있다. 두테르테가 반미-친중 노선을 언급하자 벌써 외국자본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해 페소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두테르테의 반미노선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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