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 “철저한 실패…아프간전 냉철한 자아성찰”
▶ “미국인들에 ‘소득없이 도덕성 훼손됐다’는 생각만 남아”

카불 연쇄 폭탄테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지난 5일 탈레반에 의해 2건의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쳤다.
약 40년 전인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에 맞선 아프간 반군에 미국이 무기를 공급하기 시작할 때 당시 공화당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은 "모든 자유민의 도덕적 책무"라며 "인간 정신"을 위한 전쟁이라는 고상한 가치를 부여했다.
당시만 해도 "아름답지만, 무법천지인 땅"인 아프간은 질서와 미국적 가치를 심어줘야 할 옛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무대와 같은 곳으로 그려졌었다.
그러나 미국이 무장시킨 반군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오랜 내전을 거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 정권이 들어섰다.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년, 9.11 테러 공격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미국이 직접 아프간을 침공, 탈레반 정권을 일거에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가 생겼다. "이제 어떻게 하지?" 탈레반을 대신 할 세력은 누구이고 아프간을 하나의 나라로 유지해나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준비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그 와중에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미국의 관심과 자원은 아프간에서 이라크로 돌려졌다.
2008년 이라크전에선 '승전'을, 아프간전에선 '종전'을 내세워 당선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도 미국민들에게 아프간전을 "좋은 전쟁"으로 선전했다. 아프간 민주주의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중엔 탈레반에 억압받는 여성을 구한다는 명분도 더해졌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아프간 내 협력 세력이 절실히 필요했던 미국은 부패와 마약 거래, 폭력 등에서 탈레반 못지않은 군벌들의 손을 잡았다. 공중에선 드론이 횡행하고 지상에선 공습에 민간인들이 죽어갔다. 아프간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깝지만 가장 신뢰 못 할" 동맹인 파키스탄은 양다리를 걸쳤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1일 자에서 아프간전 개전(10.8) 15주년을 앞두고, 미국이 아프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게 된 약사를 이같이 그리면서 "미국민들에게 남은 것이라곤 소득도 없이 도덕성만 실추됐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9.11 테러 공격이 15년 전의 역사 페이지로 넘어가면서 아프간전이 필요했다는 논리도 힘을 잃었으며 "알카에다를 패퇴시켰지만, 당초의 드높았던 (민주주의 증진 등) 이상적 목표는 어디 갔느냐는 질문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탈레반을 뿌리 뽑고 효율적인 정부를 세우겠다는 목표가 철저하게 실패함으로써 아프간 철군은 곧 아프간의 총체적인 붕괴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값비쌀 것"으로 미국 정부관리들은 보고 있다고 신문은 냉엄하게 평가했다.
현재 미국의 입장은 "아프간의 총체적 붕괴를 피하는 특전의 대가로 아프간에 매년 100~200억 달러를 영원히" 쏟아붓기로 암묵적으로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뉴 아메리카재단(NAF)의 더글러스 올리번트 선임연구원은 독설했다.
아프간전에 지친 미국의 유권자들은 "우리가 왜 아직 전쟁을 하고 있느냐"고 묻기를 멈췄고, 덕분에 정치인들은 굳이 "억지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통상 야당인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공격하는 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해야 하지만,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대통령선거 전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도 아프간전에 대한 논쟁에 열의를 보이지 않은 채 사실상 똑같은 '철군' 정책만 내놓았다.
4년 후인 지금, 간신히 버티고 선 아프간에선 탈레반이 재등장하고 난민 대열을 양산하고 있으나, "민주, 공화 어느 당도 이 초당적 실패에 주의를 돌려 득 볼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어느 당도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올해 대선에서 이민, 테러리즘 등을 두고 격렬하게 맞붙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아프간전에 관해서 만큼은 "무언의, 보기 드문 휴전"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두 후보는 최근 TV로 중계된 국가안보 토론회에서 아프간전을 포함한 참전자들이 많이 포함된 청중에 둘러싸였으나 아프간전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최근 뉴욕·뉴저지 폭발사건 용의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가 4년 전 자신의 출신지인 아프간을 다녀오고 난 뒤 평소와 다른 언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두 후보는 테러리즘 대처 방식을 놓고 거칠게 붙었을지언정 아프간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유권자들은 미국 군인 2천300여 명을 죽인 아프간전이 존재하지 않는 체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며 미국 국민과 정책수립자들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아프간의 혼돈에 대해 "나라 전체가 어색한 침묵"에 싸여 있다고 묘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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