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엇의 장례식에서
프란시스는 내 어깨에 기대어 세상을 떠났다, 아주 조용히
마치 해리엇의 장례 진행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이,
목사는 우릴 보지 못했다.
아무도, 단지 우리뿐. 피아노에 앉아
메리는 ‘Going Home’ 의 전주를 치고.
모두들 찬송가를 243장을 폈다.
나는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프란시스는 조용할 뿐
여전히 프란시스처럼 보였으니까
그녀는 95세. 쓰러지지 않도록
팔을 그녀의 어깨에 두르고 누군가가 알아챌 때까지
기다렸다
프랜치 창문 밖으로
핀치들은 먹이통에서 다툼질을 하고.
‘락키’라 이름지어준 다람쥐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빨래 트럭이 지나가고,
나는 프란시스의 군청색 샌들을 바라보았다
실내용 슬리퍼를 신은 것처럼 편하다며
그녀가 늘 신고 다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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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아파트나 요양원 같은 곳에서 죽음은 놀랄 일이 아니다. 장례식에서 세상을 떠나는 프란시스의 죽음도 그렇다. 한 송이 꽃이 지듯, 고개를 떨구는 그녀의 작별인사는 창밖을 흐르는 풍경처럼 고요하고 자연스럽다. 슬프지만 비통하지 않은 작별, 그것이 가능한 것은 누군가의 어깨 때문이다. 기대어 죽을 수 있는 따스한 어깨가 없었다면 하나의 죽음에 또 다른 죽음이 겹치는 이 비극적 장면이 어떻게 평화롭게 느껴질 수 있을까. 환한 햇살이 내리는 노인의 집 풍경이 먼 본향처럼, 슬프고 아름답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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