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에 터전 잃은 필랜 지역 한인들
▶ 전원생활·은퇴 삶 찾아 정착했던 이웃들 망연자실

샌버나디노 블루컷 산불 현장에서 한인 등 주민들이 대처상황을 논의하고 있다.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갔는데 이처럼 산불에 꿈이 산산조각 날줄 몰랐습니다”
LA 외곽 전원생활을 위해 부푼 꿈을 안고 이주했던 한인들의 삶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화했다. 샌버나디노와 필랜 등지를 초토화시킨 엄청난 화마에 수십년의 이민생활 터전을 날려버린 이 지역 한인들의 한숨과 절망은 크다.
16일 카혼패스 인근에서 발화된 뒤 엄청난 기세로 샌버나디노 일대를 초토화시키며 나흘째 타고 있는 ‘블루컷 산불’은 농장을 일구고 예술과 종교활동을 하며 여유로움을 꿈꾸던 한인들의 삶까지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이번 산불로 집이나 농장 등 터전을 잃어버린 한인들이 수십가구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 발생 나흘째인 19일 불길이 한인 밀집지에서 멀어지고 진화작업이 진척되면서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쑥대밭이 된 터전을 복구할 길이 막막한 데다 상당수는 제대로 된 화재보험에도 들어놓지 못했던 상황이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필랜 지역 산불피해 한인들의 사연은 하나하나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돌아가신 부친의 2주기를 앞두고 20년 넘게 일군 과일농장과 이민 일대기를 정리해온 모든 자료가 화마에 날아간 한인도 있고, 건강을 찾은 뒤 지난주 소일거리를 위해 구입한 소형 굴삭기와 각종 공구 등 5만달러 상당의 연장들과 수년 동안 공들여 완성된 집은 모두 한줌의 재로 변하기도 했다.
이번 산불로 이처럼 한인들의 피해가 큰 것은 필랜이 LA 외곽 지역 가운데 앤틸로프 밸리 등과 함께 한인들의 정착지로 인기를 끌면서 많은 한인들이 이주를 했기 때문이다.

샌버나디노 지역 블루컷 산불로 전소된 한 주택에서 소방관들이 애완견 한 마리를 구출해 돌보고 있다.
특히 한인 농장 등이 많이 위치한 필랜 일대의 경우 공기가 맑고 겨울이면 눈이 내릴 정도로 4계절이 뚜렷한 점 등 한국과 기후가 유사해 은퇴 후 농장을 가꾸며 거주하거나 주말 별장을 소유한 한인들이 유독 많았다.
특히 이 지역이 10여년 전에도 큰 산불피해를 겪으면서 보험회사들의 일반 화재보험에 가입하기가 불가능했던 점도 보험이 없어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애리조나에서 거주하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20여년 전에 필랜 인근의 웨스트 카운티 밸리로 이주해온 김영남 빅토밸리 한인회장도 이번 산불로 자신의 집이 눈앞에서 불에 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김 회장은 “그나마 주 정부의 화재보험에 가입해 일부 보상은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살아갈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지역에 10여년 전인가 산불이 나서 화재 지역으로 분류가 돼 일반 화재보험 가입이 안 돼 있어 한인들이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화재로 전소된 한인 피해자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안창헌씨는 “아직 정확한 피해현황이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자고 일어나면 피해를 봤다는 한인들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더라”며 “보험이 없는 분들이 많은데다 화재로 그동안 모은 재산과 꿈이 다 타버려 어떻게 복구할 지도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인들에 따르면 아직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미 정부에서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절차는 공식화되고 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와 인근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개별적으로 피해 현장 및 셸터를 찾아 비상식량, 라면, 식수를 전달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회는 19일 샌버나디노 지역 적십자사에 한인 피해자들을 위한 구호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19일 현재까지 샌버나디노와 인근 지역에서 한인 주택과 시설물을 포함해 주택 96채와 기타 건물 213채가 전소되고 3만7,000에이커 이상이 소실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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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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