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LA올림픽의 최대 화제는 칼 루이스였다. 올림픽경기 육상 100M에서 처음으로 칼 루이스가 10초 벽을 깬 것이다(9.93초). 미국신문들이 흥분해 50년 내에는 칼 루이스의 기록을 깨는 선수가 없을 것이라며 대서특필하던 LA올림픽 분위기가 기억난다. 그러나 칼 루이스의 신기록은 미국의 모리스 그린에 의해 16년 후 깨어졌다(9초79). 육상 1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깨는 데는 이처럼 오랜 세월이 걸린다. 우사인 볼트(30)가 뛰어난 선수를 넘어 ‘위대한 선수’로 불리는 이유는 1년 만에 세계 신기록을 3번이나 갈아 치우는 인간능력의 경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2008년 6월 9초72, 8월 9초69, 2009년8월 9초 58).
우사인 볼트는 육상선수로는 치명적인 척추측만증을 지니고 있다. 척추가 휘어 왼쪽 어깨가 올라가는 신체적 결함이다.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달리다가 척추 통증에 못 이겨 걸어간 적도 있다. 그는 이를 악물고 EMS 트레이닝이라는 재활운동을 통해 다른 선수보다 한걸음에 20cm가 긴 특수한 보폭을 개발해냈다. 전화위복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마이클 펠프스도 신체적인 장애를 가졌었다. 그는 청소년 시절 ADHD라는 과잉행동장애증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는 주의력 결핍으로 덤벙대는 증세를 말한다. 이 증세가 완전히 고쳐지지 않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ID를 숙소에 두고 경기장에 오는 등 덤벙대 미국 수영선수 48명 가운데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하는 선수가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와 코치 밥 보우먼은 펠프스를 포기하지 않고 격려하면서 수영을 계속 시켰다. 펠프스(31)가 지금도 보우먼 코치를 하늘 같이 받드는 이유는 그가 자신을 지옥에서 구해낸 은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볼트와 펠프스가 ‘위대한 선수’로 불릴만한 이유는 전화위복을 이루어 낸 능력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금메달 획득 이후 밀려드는 물질적 유혹에 말려들지 않고 자신의 단련에 총력을 기울인 스포츠인이라는 점이다. 12년에 걸쳐 3개의 올림픽에 계속 출전하며 금메달을 휩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목표로 달려가는 피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우사인 볼트는 자신의 100M 3연승이 불가능하다며 회의를 품는 사람이 많았지만 스포츠인에게는 해보고 부딪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올림픽은 인간 신체능력의 한계를 증명해 보이는 현장이다. 도전정신이 곧 올림픽 정신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여자 역도 75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북한의 림정심(23)이 수상소감 회견에서 “훈련이 힘들고 아파도 김정은 수령님을 기쁘게 하겠다는 오직 한 마음으로 일어서고 훈련을 했다”고 말한 것은 올림픽 정신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어이없는 자세다.
볼트와 펠프스 중 누가 더 위대한 선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스포츠전문가들은 우사인 볼트를 마이클 펠프스 보다 더 높이 평가한다. 펠프스는 상대방에 무릎을 꿇은 적이 있지만 볼트는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 신체적으로도 육상이 더 힘들다.
볼트와 펠프스는 위대한 선수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전에는 육상을 미국이 휩쓸었지만 지금은 초록바탕에 노랑으로 X를 그은 자메이카 국기가 판을 친다. 볼트 때문에 자메이카 중고교에 육상바람이 일어나 제2,제3의 우사인 볼트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도 펠프스 선풍으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수영클럽이 22만1,000개에서 33만7,000개로 늘어났다. 이번에 여자수영 부문에서 금메달 4개를 치지한 레데키가 바로 펠프스 킷이다. 볼트와 펠프스가 은퇴하는 2020년의 도쿄 올림픽은 새로운 장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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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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