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벵가지 사태’ 희생자 부모들, 힐러리 고소…“기밀 부주의하게 다뤄”

미 대선 힐러리 클린턴 vs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서 고국인 이란으로 돌아갔던 핵 과학자가 처형된 것이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을 도왔던 과학자를 이란이 죽인 것은 힐러리 클린턴의 해킹당한 이메일 때문이라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가 언급한 이는 최근 이란 당국이 교수형으로 목숨을 빼앗은 핵과학자 샤흐람 아미리(39)다.
아미리는 2009년 5월 성지 순례차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가 실종됐다.
이란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아미리를 납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은 CIA의 공작으로 아미리가 미국에 망명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살던 아미리는 결국 2010년 7월 이란으로 귀국해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이듬해 5월 돌연 반역죄로 체포된 이후 비밀 장소에 구금됐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있던 시절 아미리 관련 이메일이 해킹당해 '이란의 영웅 과학자'가 한순간에 '반역자' 신세로 전락했다는 논리를 폈다.
클린턴의 이메일이 해킹당했다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달리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메일 해킹의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미리가 언급된 이메일은 지난해 미 국무부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이후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한 내용에 포함됐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시절 사설 이메일 서버를 이용해 공무를 처리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된 사항을 말한다.
2010년 7월 5일 당시 국무부의 유라시아 에너지부문 특사 대행을 맡은 리처드 모닝스타가 클린턴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아미리가 반역자로 계속 살아가는 것을 주저하며 미국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모닝스타는 이메일에서 "법적이 아닌 외교, 심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 있다"며 "(반역자로 살아가는 것과 관련한) 그(아미리)의 걱정을 인지해야 하며 악의적인 의도 없이 오해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닝스타는 또 어찌 됐든 아미리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 것이며 (이란으로) 떠나고자 한다면 내버려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메일은 아미리가 미국을 떠나기 전 불과 2주 전에 작성됐다. 이란으로 귀국한 후 아미리는 자신이 미 CIA에 납치됐다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의 공격에 이어 공화당에서도 클린턴이 이메일을 부주의하게 다뤘다는 공세가 나오자 미 국무부는 이메일과 아미리의 처형에는 어떠한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트뤼도 국무부 대변인은 클린턴에게 보내진 아미리 언급 이메일은 기밀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국무부가 이메일들을 공개했을 때 대중에게 알릴 만한 성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비아 '벵가지 사태'의 희생자 2명의 부모들은 전날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기밀을 다루는 데 "극도로 부주의해" 아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클린턴을 고소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리비아 벵가지 소재 미 영사관에선 2012년 테러가 발생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이 숨졌다.
클린턴을 고소한 부모 중 한 명인 퍼트리샤 스미스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자로 나서 트럼프를 지지하고 클린턴을 공격한 바 있다.
미국 공화당이 주도한 하원 벵가지 특별위원회는 2년여의 활동 끝에 올해 6월 벵가지 사태 보고서를 공개했지만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의 판단과 조치가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벵가지 사태’ 희생자 부모 퍼트리샤 스미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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