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미국 스파이 활동해 처형”…미국행·귀국·구금·처형 과정 베일
이란에서 한때 영웅 대접을 받던 핵 과학자 샤흐람 아미리(39)의 비밀처형을 둘러싸고 이란 안팎에서 의문이 증폭하고 있다.
이란 당국이 아미리를 처형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데다 그의 장기간 구금, 유죄 판결도 지금껏 발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관에 의한 납치 또는 자진 망명, 이란으로의 귀환 배경과 과정 등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8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미국을 위한 스파이 활동을 해 아미리를 처형했다고 전날 밝혔으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 사법부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대변인은 "그 핵 과학자가 1급 비밀 정보를 적국(미국)에 제공해 교수형에 처했다"고 밝혔다.
에제이 대변인은 이어 이란의 정보기관이 미국보다 "한 수 앞선다"면서 "이 자는 정권의 기밀 정보에 접근했고 이란의 비밀, 중요 정보를 제1의 적인 미국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 언급은 아미리가 이란과 미국 정보기관 사이에서 이중간첩 행위를 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혐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이란이 수년간 아미리를 구금한 뒤 교수형을 집행한 것도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AP통신은 이란이 한때 영웅으로 추앙받던 남성을 비밀리에 처형하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실제 아미리의 가족도 그가 처형을 당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미리의 아버지는 지난해 BBC 페르시아어판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비밀 장소에 구금돼 있으며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제이 대변인은 "아미리는 항소심에서도 사형 판결이 유지됐고 변호인과도 접촉했다"고 말했으나 이란 당국이 그의 유죄 판결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란의 발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이란 당국이 지난 2일 쿠르드 지역(이란 서부)의 무장 범죄자들 20명을 처형했다고 발표한 이후 아미리의 고향인 케르만샤에서 그도 처형당했다는 소식이 돌았다. 케르만샤는 수도 테헤란에서 서남쪽으로 약 500km 떨어져 있다.
아미리의 과거 행보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그는 2009년 5월 성지 순례차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를 찾았다가 돌연 실종됐다.
이란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아미리를 납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은 CIA의 공작으로 아미리가 미국에 망명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아미리의 모순된 발언도 혼란을 키운 요소가 됐다.
그가 "미국과 사우디 요원들에 납치돼 지금 미국에 있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2010년 6월 공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나서 안전한 여행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란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때는 그의 부인과 아들이 이란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아미리는 결국 2010년 7월 미국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의 '이란 구역'을 통해 귀국해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는 이란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미국이 이란의 비밀 정보를 갖고 자발적으로 망명한 것처럼 발표하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나는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CIA가 자신을 납치한 뒤 핵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5천만 달러를 주겠다고 회유했으며 정신적·육체적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곧 그의 발언 등을 의심했고 이듬해 5월 반역죄로 체포한 후 비밀 장소에 구금했다.
이란 현지의 다수 언론도 최근 수년간 아미리가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갖고 망명한 사람이라는 시각을 지지했다고 알자지라는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은 아미리의 이란행에 대해 "그는 자발적으로 미국에 왔고, 따라서 자기 마음대로 나갈 수 있다"며 납치나 기획 망명설을 일축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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