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른 변화로 1등과 꼴찌 신기록 많아
▶ ‘헬조선’ 아닌 ‘살 만한 공동체’ 복원해야
북적이는 서울 명동 거리의 모습. [연합]
대한민국은 과연 천당인가, 지옥인가? 요즘 한국 사회의 양 극단 두 얼굴을 보여주는 통계들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특히 지난주에는 한국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신기록들이 동시에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한국 100세 노인 3,000명 넘어…10년 만에 3배’ ‘한국 여성 100년간 20cm 자라 평균 키 162cm…세계여성 중 가장 빠르게 성장’ 등은 굿(good) 뉴스였다. 반면 배드(bad) 뉴스는 더 많았다. ‘어려울 때 기댈 사람…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꼴찌’ ‘노동에서 은퇴하는 연령, OECD 국가 중 가장 늦다’ ‘5월 결혼•출산 역대 가장 적었다’ 등은 부정적 측면을 드러낸 신기록들이었다.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1등과 꼴찌를 기록하는 게 많다. 이는 한국 사회의 양면성과 역동성을 함께 보여준다. 1960년에 79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GDP)이 지난해에는 2만7,000달러를 넘길 정도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빨리 빨리’를 외치기 좋아하는 한국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모습을 보여 왔다. 출산율이 단적인 사례다. 한때는 출산율이 높아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면서 산아제한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제는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꼴찌이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낮아서 “아이를 많이 낳자”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주 뉴스를 모으면 한국은 ‘100세 시대’를 맞았지만 ‘어려울 때 기댈 사람이 없는 사회’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情)이 있는 공동체 사회’는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소식을 토대로 한국 사회의 두 얼굴을 들여다보자.
우선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7월25일 한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11월 기준 만 100세 이상 고령자는 3159명이었다. 100세 이상 고령자는 2005년 961명이었는데, 10년 만에 3.3배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2014년 기준)은 85.48세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78.8세로 세계 18위가 됐다. 가수 이애란이 부른 ‘백세인생’을 실감케 한다.
또 한국 여성들의 평균 키가 100년 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자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남성 평균 키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영국 임피리얼대 연구팀이 WHO와 공동으로 179개국 18세 남녀 1860만 명이 1914∼2014년 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한국 여성 평균 키는 1914년 142.2cm에서 2014년엔 162.3cm로 20.1cm 자랐다. 같은 기간 한국 남성의 평균 키는 159.8cm에서 174.9cm로 성장했다.
이 같은 양적 성장이 ‘빛’이라면 한국 사회에는 ‘그림자’가 적지 않았다. 어려울 때 기댈 사람이 없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갤럽은 각국 15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당신이 어려울 때 의존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습니까?” 란 질문을 던졌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의 72.4%는 ‘어려움에 빠졌을 때 기댈 가족•친구•동료가 있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27.6%는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긍정적 답변 비율은 조사 대상 36개국(OECD 34개 회원국과 브라질•러시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 노동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들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은퇴나이는 가장 늦었고, 노동시간은 세 번째로 길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6 노동시장 통계’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의 은퇴 나이는 2014년 기준 남성72.9세, 여성 70.6세로 OECD 34개국 중 가장 고령이었다. 또 2014년 한국노동자들은 연간 2,057시간을 일해 멕시코(2,323시간)와 칠레(2,064시간)에 이어 가장 길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간한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결혼한 커플 수(2만5500쌍)와 태어난 아이(3만4400명)가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 출생아 수가 3만5000명 아래로 내려간 건 처음이다. 혼인 적령기에 접어든 인구 자체가 줄었고 경제난으로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두 갈래 풍경 때문에 한국 사회에 대해 극단의 평가가 나온다. 한쪽에서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이란 얘기가 나온다. 다른 쪽에선 ‘한국만큼 안전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곳도 드물다’는 반론도 있다.
왜 한국은 양 극단 풍경이 공존하는 두 얼굴의 사회가 됐을까?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장 중심 논리에만 빠져 무자비하게 경쟁하면서 정(情)은 사라지고 공동체가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한국 사회를 ‘공평한 공동체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국가와 개인 차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권교수는 “정부는 우선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령 노동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재벌개혁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최근 검사들의 비리 스캔들을 보면서 염치의 상실을 실감한다”면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모두 염치와 인간적 도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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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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