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대선정국 뒤흔든 김경준씨 주가조작 사건 한국서 8년형 받고 수감
▶ 기획입국 ‘가짜편지’논란, 국가상대 소송도 패소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던 LA 출신 한인 김경준(사진)씨의 악몽이 8년째 계속되고 있다. BBK 사건으로 수감 중인 김씨가 수사과정에서 나온‘가짜편지’ 논란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4일 사실상 패소판결을 받은 것이다.
법원은 이날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3,500만원 상당의 소송에서 “국가가 김씨에게 4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으나 가짜편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수사 결과를 발표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짜편지’는 지난 2007년 김씨 기획 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핵심자료였지만 수사결과 이 편지는 김씨의 LA 구치소 동료가 작성한 것이 아닌 경희대 한 교직원이 작성한 가짜편지로 드러나 김씨는 그간 억울함을 호소해온 주요 근거였다.
명문 코넬대학 MBA를 졸업하고, 월가의 모건 스탠리에서 전도유망한 청년 금융인이었던 김씨는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었던 에리카 김씨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전도양양한 청년으로 ‘투자의 귀재’란 소리까지 들었던 김씨에게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친누나 에리카 김씨, 그리고 당시 전직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등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김씨는 지난 1999년 한국에서 설립된 투자자문사 BBK의 전 대표로 주가 조작과 공금횡령 사건으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 BBK사를 고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업파트너 관계를 맺게 된 것이 비운의 시작이었다.
1996년 총선에서 당선됐던 이 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1998년 의원직을 사퇴, 미국에 체류하다 ‘사이버금융’ 사업에 뛰어들게 되는데 이때 김씨가 이 전 대통령과 사업파트너 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BBK 대표였던 김씨와 2000년 초 ‘LKe뱅크’라는 금융지주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지인이자 김씨의 누나였던 에리카 김씨가 두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2001년 3월 금융감독원이 BBK를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BBK가 투자자들에게 위조된 펀드운용 보고서를 전달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BBK의 투자 자문업 등록을 취소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LKe뱅크의 대표이사를 사임, 김씨와의 관계를 청산한다.
그러나, 김씨는 ‘옵셔널 벤처스’라는 업체를 설립하고 금감원이 BBK 등록을 취소한 바로 전날 이 업체의 대표로 취임했다. 이 업체는 당시 외국인 매입설이 증시에 퍼지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김씨는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380억원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BBK 주가조작 및 횡령사건의 핵심이다.
하지만 대선 정국이 이어지던 2007년 ‘BBK 의혹’의 핵심은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의 연루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김씨와 BBK 사건은 대선 정국의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미국서 수감 중이었던 김씨는 대선을 코 앞에 둔 2007년 11월 자진입국,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김씨는 당시 이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주가조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 후보는 무혐의 처분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김씨가 8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던 2011년 에리카 김씨가 한국에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에리카 김씨의 자진 입국은 동생 경준씨의 감형이나 석방을 위한 것이란 주장도 있었으나 이는 현실화되지 않은 채 이후 BBK 사건은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 8년형을 선고 받은 김씨는 현재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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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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