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등 자연계 생명체처럼 일정한 형태를 띠며 움직이는 미세입자가 개발됐다.

약물을 특정 부위에만 효과적으로 전달하거나 의료·바이오 분야 생체 로봇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스티브 그래닉 단장이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에릭 루이첸 교수 연구팀과 함께 미세 콜로이드(미세입자가 분산된 상태) 입자들의 자기조립 현상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자기조립 현상은 물질의 성분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해 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군집을 이루는 벌이나 철새, 박테리아 등 자연계 생명체들에서 나타난다.

연구팀은 한쪽 면에만 금속 박막을 입혀 양쪽 면의 정전기력이 서로 다른 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야누스 입자'를 개발했다.

이들 입자에 교류 전압을 가하면, 정전기력의 불균형으로 입자간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서로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거나 혹은 중립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입자에 걸어주는 전기장 안 주파수 세기에 따라 어떤 입자들은 길게 꼬리를 만들거나 촘촘하게 모이는 등 떼를 지어 유영해 여러 무리의 집단을 형성했다.

이 같은 원리를 활용하면 약물 성분이 들어있는 미세 입자들을 국소 부위로만 모이도록 해 약물 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생명체처럼 움직일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권위있는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온라인판 12일자에 실렸다.

스티브 그래닉 단장은 "생명체가 아닌 인공 물질이 자기조립 현상을 할 수 있는 원리를 밝혀낸 것으로, 이 같은 반응 원리를 이해하면 인공지능(AI) 시스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