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날 때부터 사투
▶ 6년 전에 마라톤 입문

리우 올림픽에 마라토너로 함께 출전하는 에스토니아의 세 쌍둥이 루익 자매가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레일라(왼쪽부터), 릴리, 리나가 타르투 대학 아카데믹 스포츠클럽에서 연습하고 있다.

탈린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세 쌍 둥이 빌보드.

“우린 태어날 때 사투를 벌였기 때문에 남다른 투지가 있다”고 말하는 릴리, 리나, 레일라(왼쪽부터)가 저녁때 집으로 향하고 있다. 한다.
■ 에스토니아 국가대표 ‘루익 자매’ 이색기록 화제
세쌍둥이 자매 레일라, 리나, 릴리는 예정일보다 한달 먼저 태어났다. 모두 4.5파운드도 안 되는 미숙아였기 때문에 몇주동안 이들의 집은 병원 ICU(중환자실)를 방불케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이 자매들이 다 함께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한다. 발트 연안국 중에서도 작은 나라-에스토니아의 국가대표선수들이다. 동계 올림픽이건 섬머 게임이건 올림픽 역사상 세쌍둥이가 나란히 출전하는 것은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는 그동안 출전선수들의 형제관계 여부를 모두 파악해오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세쌍둥이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올림픽 사학자 국제학회의 데이터베이스에는 1만2,000명의 역대 선수와 그들의 관계가 기록돼있는데 이 통계로는 200쌍의 쌍둥이들이 대부분 같은 종목의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바 있다.
대표적인 선수들은 슬로바키아의 카누 선수들인 파볼과 피터 호셰쇼르너로 2인 경기에서 2000년, 2004년, 2008년 금메달을 땄다. 이 학회의 관계자는 그동안 세쌍둥이가 같은 올림픽에 혹은 따로 다른 올림픽에 참가한 예는 “99.99% 확실하게 없다”고 말했다.
‘트리오 투 리오’(Trio to Rio)는 이 자매들이 오는 8월14일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열리는 여자 마라톤 경기를 준비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태어났을 때 우린 살기 위해 싸워야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에겐 남다른 투지가 있습니다”라고 릴리 루익(Lily Luik)은 최근 인터뷰에서 말했다.
소련연방에서 1991년 독립한 인구 130만명의 작은 나라에서 여자 장거리 선수가 나온 것은 무척 희귀한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자매들이 불과 6년전인 24세 때 육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림픽 마라톤에는 나라마다 최대 3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데 루익 시스터스는 마라톤 B 조(2시간45분대)에서 출전자격을 얻었다. 레일라는 개인 최고 기록이 2시간37분11초, 리나는 2시간39분42초, 릴리는 2시간 40분30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들의 기록 순위는 태어난 순서와 같다고 한다.
올림픽 여자마라톤 기록은 2012년 런던 게임에서 이디오피아 선수 티키 겔라나가 세운 2시간23분7초다. 그러나 루익 자매들은 이 기록에 도전한다거나 메달을 딸 생각은 추호도 없다. 2015년 세계 육상 챔피언십에서 27위를 했던 리나는 이번 브라질 올림픽에서는 2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릴리는 같은 대회에서 38위를 했다. 그러니 쌍둥이들이 50위 안에만 들어도 대단한 일이라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세쌍둥이의 코치 해리 렘버그는 셋이 함께 뛰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한다. 마라톤은 혼자 끝까지 뛰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그러나 이 자매들은 팀을 이뤄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는 가족으로서의 경쟁자들이다. 레일라는 “셋이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서 엄청난 에너지를 받는다”면서 “누구도 꼴찌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서로 자기 한계까지 달린다”고 말했다.
세자매는 똑같이 생겼지만 달리는 속도와 산소 폐용량이 조금씩 다르고 강훈련에서 회복되는 과정에도 개인차가 있다. 코치는 이를 감안해 세사람에게 각기 특화된 훈련을 시키고 있다.
10월이면 31세가 되는 자매들은 성인으로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리나는 수도 탈린에서 보이프렌드와 함께 지내고, 레일라는 약혼 중이다. 레일라와 릴리는 직업이 화가로서 꽃과 풍경, 인물을 그린 작품들이 요즘 팔리기 시작했다.
리오 올림픽에서 이들은 함께 페이스를 맞추며 뛸지, 아니면 떨어져서 따로 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각자 일생일대의 최고 순간이 될 경험을 일란성 세쌍둥이가 함께 나누며 같은 결과를 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마라톤이 시작되면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각자 최대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함께가 아니라 따로 뛰어야할 것으로 코치는 보고 있다.
세쌍둥이들이 태어날 때 조산과 저체중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소아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루익 자매들이 태어난 1985년 무렵 에스토니아 의사들은 병원에서 소련의 방식(산모와 신생아의 접촉을 제한하고 아버지를 완전히 격리시키는)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일부 의사들은 신생아 ICU에서 산모가 모유 수유를 하도록 했으며, 출산후 가능하면 엄마와 아버지가 아기와 친밀한 사랑의 접촉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래서인지 루익 시스터스는 어린 나이부터 굉장히 활발한 아이들이 되었다. 할머니가 늘 하는 말이 “얘들은 걷기도 전에 뛰어다녔다”는 것이다. 어머니 레아 루익은 아직도 세딸에게 스포츠 대신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의 음악 레슨을 시킨다. 딸들이 마라톤 선수가 되는 것은 정말 원치 않았다고 말한다.
세쌍둥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로페셔널 힙합과 쇼 댄서로 활동했다. 춤도 가르치고 음악비디오에도 출연했다. 또 한편 그들은 라이프가드로 일했는데 그 훈련에는 달리기가 필수였다. 한 동료가 육상을 해보라고 권한 것이 그 무렵이었고, 2010년 타르투 대학 아카데믹 스포츠 클럽 회장인 렘버그 코치를 찾아갔다.
2011년 리나와 레일라는 1만미터에 이어 하프 마라톤, 그리고 마라톤에서 모두 국가 타이틀을 나눠가졌다. 렘버그 코치는 댄싱 전력이 뛰기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한다. 발목을 강화하고 자세가 바르며 보폭의 경제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동구권이 무너진 후 지금까지 에스토니아에서는 두 남자선수가 올림픽 육상 금메달을 땄다. 에르키 눌이 2000년 시드니 게임에서 10종경기 우승했고, 게르드 캔터가 2008 베이징 게임 원반던지기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여자 중에서 국제대회에 나갈만한 장거리 선수가 나온 것은 오랜만이다. 여자 마라톤 에스토니아 기록은 1997년 제인 살루매가 세운 2시간27분4초인데 그녀는 두차례 올림픽에 나가 44위에 머문 것이 최고 기록이다.
세쌍둥이는 리오 경기를 마치고 나서야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고려할 예정이다. 강훈련 중에 재미있는 농담도 던진다. 세계 기록인 2시간15분25초(영국의 폴라 래드클리프)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 The New York Times 특약
“아무도 모르게 세명이 릴레이를 뛰는 거지요. 우린 똑같이 생겼으니까 사람들이 못 알아보잖아요. 트랙 근처 수풀 속에 숨어있다가 슬쩍 나와서 3분의 1씩 뛰면 너끈히 신기록을 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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