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안보에도 악영향
▶ 신 양극체제에도 큰 변화

영국군이 2014년 11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진 파브라데의 가이쥬누 훈련장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북서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은 지난 22일“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아 있는 것이 범대서양 안보와 극단주의 대처에 관건이다”고 말했다. [AP]
◆세계는 지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를 저지하기 위해노력했던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의발언 가운데 두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그는 국민투표 한 달 전 “영국은 유럽에 등을 돌렸을 때마다 후회해 왔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브렉시트 찬성 투표결과에 대해 보수당과 노동당이 당혹해 하며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재투표를 청원한 수가 약 400만명이나 되는 것을 보면 영국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캐머런 총리는 또한 투표 며칠 전에는 이렇게 강조했다. “영국은 EU내에서 더 안전하고 더 강하다.” 이같은 발언은 안보문제와 직결된 것이라 시사점이 크다. 브렉시트는 단기적으로는 세계 증시에서 3,5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가 증발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 왔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안보에도 지대한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유럽동맹(WEU)에서 공동안보및 국방정책(CSDP)까지 진전
지난 25년간 EU는 공동 외교안보정책을 공들여 진전시켜 왔다. EU의출발도 실은 두 차례 전쟁을 치른 유럽에서 더 이상 갈등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만 해도 EU는 서류상의 공동 외교안보 정책이아닌,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공동으로실천해 왔다.
영국의 전 외무장관 사이먼 프레이져 경은 “브렉시트는 세계에서 영국의 역할을 감소시킬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비록 영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가운데 하나로서 거부권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 영국의 영향력이 전과는 달라질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측은 국방문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책임져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럽의 안보와 국방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단편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유럽의 안보와 국방문제는 3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인 개별 국가 단계, 둘째 나토라는 집단 안보체제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EU 차원의 공동 안보 및 방위정책 단계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3단계가 서로 중복되기도 하고 교차되어 상호의존적인 특징을 갖는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공동방위 정책 논의가시작된 것은 1948년 영국, 프랑스, 베네룩스 3국이 브뤼셀 조약에 서명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조약은상호 방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1990년대 말까지 이어져 온 서유럽동맹(WEU)의 근간이 되었다.
서유럽동맹은 나토와 더불어 유럽에서 안보국방에 관한 자문과 대화 통로로서 역할을 했다. 1999년에는 EU가 외교문제에 있어서 한 목소리를 내고자 암스테르담 조약을 통해공동 외교안보 정책 대표부를 설립하였다. 같은 해 베를린 플러스 협정을 통해서는 EU가 나토의 군사 장비와 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 조약으로 EU의 공동 안보국방정책(CSDP)이 구성되고 이를 관장할 부서로 유럽대외관계청(EEAS)이2011년 설립되었다.
이처럼 EU의 안보와 국방 정책은서유럽동맹(WEU)에서 공동 안보국방 정책(CSDP)까지 상당한 진전을 보여왔다.
특히 CSDP의 실질적인 전투 동원병력으로서 EU 배틀그룹의 구성은EU의 국방력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EU 배틀그룹은 대규모로 구성된 2개 이상의 EU 회원국의 실전투입 기동부대로서 작전 승인 5일 안에 배치가 가능하고 120일간 작전을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브렉시트로 인해 EU 배틀그룹은 작전수행 개념을 새로이 짜야 되는 상황이 됐다.
■브렉시트는 국제 안보에 부정적변수
영국은 현재 유럽의 체포영장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접근을 통해 범죄와 테러로부터 더 안전을 보장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브렉시트는국경 통제와 경찰 협력을 약화시킬수밖에 없다.
브렉시트 찬성자들은 영국의 국제정보 공유는 ‘파이브 아이즈’ (FiveEyes)라고 불리는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국가 정보망을 연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 이외에 파이브 아이즈 4개 회원국들조차도 영국이 EU에 있어야 나머지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정보 부서들과 협력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말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대내적으로 영국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안보 질서에도 영향을미칠 수밖에 없다. 세계 안보질서에서 차지하는 유럽의 위상을 감안할때 영국의 이탈은 기존 질서에 균열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앞서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소멸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나토의 존재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구 소련과 바르샤바 동맹국에의한 군사적 위협은 없어졌지만 유럽주둔 미군은 현재도 감축된 상태로 그대로 잔류하고 있다. 동시에 나토는 작전 반경을 유럽 밖으로 뻗치면서 친서방 또는 친미의 범세계적집단 안보체제인‘ 파토’ (PATO: Pro-American Treaty Organization)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맞서 있는 반대 진영이 1996년 창설된 상하이협력기구(SCO)다. 러시아ㆍ중국ㆍ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탄ㆍ타지키스탄ㆍ우즈베키스탄이 정회원국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중국은 최대 외환 보유국으로 등장한 반면 러시아는 유가 폭락으로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된다.
SCO는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려는 중국, 옛 소련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러시아, 그리고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본시장으로부터 체제 유지가 절실한 중앙아시아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강력한 구심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러시아는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정복 실패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구 소련 공화국인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접경한 아프가니스탄을 미국이 작전 지역으로 삼는 것을환영할 이유가 없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은 중국입장에서는 미국의 포위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남진 차단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SCO에서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협력적 전략 관계를 다지고 있다.
‘신 양극체제’란 나토와 친 나토진영 ‘파토’를 한 축으로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SCO와 친SCO 진영을 다른 축으로 한 대립 양상을 표현한 것이다.
신 양극체제에서 파토와 SCO의지정학적 대립 지역이 유럽이다. 유럽에서 나토의 주둔반경은 최근 러시아의 목전인 발트 3국과 폴란드까지 확대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은 EU 내에서 더 안전하고 더 강하다”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이 유권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것은영국의 국익이나 서방의 안보를 수세로 몰고 간다는 측면에서도 대사건이다.
가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대한 경제 제재는 EU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브렉시트를 택한 영국은 더이상 EU를 통해 러시아를 견제할 수없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브렉시트의 또 다른파장은 기존 국제안보 균형에 균열을 가져 왔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 양극체제에서 EU뿐만 아니라 나토를 포함한 서방 진영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러시아를 위시한 SCO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명진 EU집행위원회 안보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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