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네소타서 미등 작동 불량으로 검문중 신분증 제시하려다 피격 사망
▶ “우린 매일 사냥의 제물이 되고 있다” 흑인 사회 공분…경찰과 갈등 재점화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흑인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이 벌어지면서 경찰의 과잉 공권력 사용 논란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7일 미네소타 주 지역 언론들과 CNN 방송에 따르면 전날 밤 9시께 미니애폴리스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약 8㎞ 떨어진 세인트 앤서니 시 팰컨 하이츠 지역에서 필랜도 캐스틸(32)이라는 흑인 남성이 교통 검문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은 뒤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차량에 동승한 여성 다이아몬드 레이놀즈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캐스틸을 찍은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지면서 흑인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전날에도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이 경관 2명에게 제압되던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터라 미국 흑인과 경찰 간의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이 사건 역시 지나가던 행인이 찍은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미국 언론 내용을 종합하면, 미등이 나간 채 운전하던 캐스틸 일행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 차를 길가 한쪽에 대고 검문을 대기하던 중이었다.
캐스틸은 차량 바깥에 서 있던 경관에게 자신이 총을 소지하고 있음을 알리고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려고 하던 중 경관이 발포한 네 발의 총에 맞아 절명했다.
캐스틸은 15년 가까이 학교 급식 담당관으로 일하며 총기 소지 권리를 합법적으로 취득했다고 유족은 언론에 밝혔다.
캐스틸이 피를 흘린 채 의식을 잃어가는 장면은 그의 여자친구인 레이놀즈가 휴대전화 SNS 페이스북 영상중계 기능으로 찍은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총격 후 곧바로 현장을 녹화한 레이놀즈는 "경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 내 남자 친구를 죽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차량에는 또 레이놀즈의 딸로 추정되는 꼬마 소녀가 함께 타 이 장면을 목격한 뒤 "무서워요 엄마"라고 울부짖었다.
총격을 가한 경관이나 현장에 출동한 다른 경관 모두 영상녹화용 카메라를 몸에 장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현지 경찰은 정확한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캐스틸의 모친인 발레리 캐스틸은 7일 CNN 방송에 출연해 "경찰은 프로파일링(인종이나 피부색을 근거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기법)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우리 흑인들은 날마다 사냥의 제물이 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흑인 전체를 향한 침묵의 전쟁"이라면서 "사회 지도자들이 이 사건에 개입해 책임자를 처벌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존 맹세스 세인트 앤서니 시 임시 경찰서장은 총격을 가한 경관은 5년 차 이상의 베테랑이고, 또 다른 한 명의 경관이 지원에 가세했다며 이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건에 연루된 경관 두 명 중 한 명이 현재 직무정치 처분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해당 경관의 신원과 백인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맹세스 서장은 미네소타 주 전체 강력 사건을 다루는 미네소타 범죄자체포지원부가 사건을 직접 수사 중이라면서 경찰 경력 30년이 넘도록 이 지역에서 경관이 연루된 총격 사건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미네소타 지역 언론들은 경찰 총격으로 인한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약 200명의 시위대가 사건 현장에 모여들었다가 해산했으며, 일부 시위대가 미네소타 주지사 관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에 인접한 곳에 지역구를 둔 키스 엘리슨(민주) 연방 하원의원은 "흑인만을 겨냥한 한 조직적인 타깃팅이자 조직적인 책임감 결여"라며 경찰을 맹비난했다.
미국 내 최대 흑인 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미네소타 지부장인 네키마 레비 파운즈는 "살인을 정당화하는 법이나 정책에 정말 신물이 난다"면서 "도저히 이런 일을 더는 용납할 수 없고, 정말 '이만하면 됐다'"면서 미국 사법 시스템의 맹점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캐스틸은 올해 경찰의 총격에 숨진 506번째 민간인이자 123번째 흑인이다. 미니애폴리스 지역에선 지난해 11월에도 비무장 흑인 청년 자마르 클락이 경찰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은 뒤 거센 시위가 일어났다.
미네소타 일간지 스타 트리뷴에 따르면, 2000년 이래 미네소타 주에서 최소 143명이 경관의 총격에 살해됐지만, 경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현재 상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6일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발생한 흑인 피격 사망 사건을 직접 수사 중이다. 사건에 연루된 두 백인 경관의 민권법 위반 혐의 파악이 수사의 핵심이다.
미네소타 주와 마찬가지로 두 사건 모두 사망자가 흑인이고, 경찰의 총기 사용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동영상으로 사건 당시 정황이 비교적 생생하게 드러났다는 점 때문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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