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도시 유린, 매년 하지에 시작… 1주에 1만마리 도살
▶ 산 채로 때리고 끓는 물에 삶는 등 끔찍한 장면들 고발
미국의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할리웃 유명인사들의 지원을 받아 중국의 ‘개고기 축제’ 저지에 나섰다. 중국 남부 유린을 무대로 펼쳐진 ‘견공 구하기’ 작전에는 액션물 본(Bourne) 시리즈와 SF대작 ‘마션’(Martian)으로 주가를 상한가까지 끌어올리며 할리웃의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하버드대학 출신의 엘리트 배우 맷 데이먼과 2012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과 2006년 제6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뮤지컬, 코미디영화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감성연기자 호아킨 피닉스 등이 측면지원을 담당했다. 허버드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중퇴한 후 연기자로 대성한 맷 데이먼은 지난달 중국 정부를 겨냥한 공익광고를 통해 “잔인하기 그지없는 개 도축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개 도살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중국의 남부 도시 유린에서는 해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하지를 기점으로 ‘개고기 축제’가 열린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미국의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지난 4월 유린으로 ‘정탐꾼’을 파견, 도살장 내부의 충격적인 실태를 몰카로 촬영했다.
최근 ABC뉴스를 통해 공개된 비디오는 도살직전 축사에 갇힌 개들의 목에 대부분 목걸이가 채워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 끌려온 도난견이라는 증거다.
유린의 개고기 축제는 하지에 시작된다. 이곳의 주민들은 여름의 초입에 개고기를 먹으면 1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는 미신을 믿는다.
중국 현지법에 따르면 개고기를 팔거나 먹는 것은 합법이다. 그러나 유린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유기견과 애완견들은 암시장의 불법거래로 매해 여름 지독한 수난을 당한다.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의 마이클 자오에 따르면 개고기 식습관은 중국에서도 그리 광범위하게 퍼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남부를 중심으로 제한된 지역에서만 인기를 유지한다.
자오는 “제한된 지역에서 개고기가 보양식이라는 속설이 정설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과학적 문건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디렉트 액션 에브리웨어’(Direct Action Everywhere)는 유린의 개고기 축제로 하지 이후 1주일 동안 1만 마리의 개들이 도살당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4월 개고기 축제 준비에 한창인 유린에 잠입한 세 명의 정탐꾼들은 현지 최대 도축장에서 자행되는 잔혹행위를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ABC뉴스에 단독으로 제공된 사진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정도로 잔인하다. 개를 발로 무자비하게 짓밟아 고문을 하고 쇠몽둥이로 두들겨 팬 후 칼로 숨통을 끊어 도살한다. 이렇게 잡은 개의 피를 뺀 다음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삶아 로컬 식당에 판매한다. 개를 산 채로 때리는 이유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디렉트 액션 에브리웨어의 회원으로 중국에 ‘밀파’된 정탐꾼 중 한명인 웨인 슝은 “너무 충격적이고 끔찍한 광경이었다”며 “도살당하는 개는 라브라도, 코커 스내니얼 등 대부분 미국인들에게도 친근한 혈통이었다”고 전했다.
슝과 함께 유린에 위장잠입 했던 디펙트 액션 에브리웨어의 줄리앤 페리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살장을 향해 걸어가노라면 개들의 처절한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고 말했다.
슝과 페리는 몰카 촬영을 하던 중 도살자들에게 붙들려 하마터면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당시 도살장 안에는 10명의 남성과 6명의 여성이 있었다. 그들 중 두 명의 남성이 개를 잡을 때 사용하는 쇠막대기를 집어들과 슝과 페리를 벽 쪽으로 몰아세웠다. 하필이면 전날 쇠몽둥이로 개를 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던 ‘개백정’들이었다.
그들은 둘을 땅바닥에 주저앉힌 후 쇠곤봉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탁탁 소리가 나도록 쳐가며 당장이라도 때려죽일 듯 위협을 가했다. 페리는 그때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신병을 인수한 공안당국은 간첩혐의와 절도죄로 모두 기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슝과 페리는 이틀간 조사를 받은 뒤 강제출국 조치를 당했지만 다행히도 도살장 내부를 찍은 비디오를 밀반출하는데 성공했다.
사업가겸 ‘베벌리 힐스의 실제 주부들’과 ‘밴더펌프 룰스’의 리얼리티 스타인 리사 밴더펌프 역시 남편 켄 토드와 함께 유린에서 야만스런 개도살 행위의 실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밴더펌프 부부는 유린에서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했다.
‘밴더펌프 독스’(Vanderpump Dogs)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감독한 존 세사는 “미국 동물보호론자들의 줄기찬 노력으로 도살행위는 ‘개고기 거리’로 불리는 뒷골목으로 밀려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고기 수요가 존재하는 한 개 도살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잔인한 도살은 동물보호단체들의 눈을 피해 뒷골목에서 매일 자행될 것이 뻔하다.
밴더펌프는 “이처럼 비인도적이고도 야만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를 상대로 개 도살을 중단하라는 전방위 압력을 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지역 정부로부터 유린의 주민들이 하지에 리치와 개고기를 먹는 오래된 풍습을 지킨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하고 “개인의 입맛은 정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그는 “개고기 축제 따위는 없으며 유린 시 당국이 축제를 지원하고 조직하거나 주관한 적 역시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발행되는 영자일간지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는 논설을 통해 “개고기를 먹는 것은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고 전제하고 개고기 식습관 보다 불법 거래관행에 주안점을 두었다. 차이나 데일리는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설득해 먹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불법 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겨냥한 비난을 자제해야하며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불법 거래되는 개고기를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
김영경 객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