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기규제 강화 민주 ‘찬성’-공화 ‘반대’ 시각차, 번번이 법제화 실패
미국 최악의 총격 사건으로 기록된 '올랜도 참사'에도 총기규제 강화 법안은 20일 의회의 문턱을 또 넘지 못했다.
미국에선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민주·공화 양당의 첨예한 대립에 규제법안은 의회 통과에 번번이 실패했다.
미 CBS뉴스에 따르면 2011년 1월 발생한 개브리엘 기퍼즈 전 하원의원 총격 사건 이후 5년여간 의원들이 내놓은 총기규제 법안은 100건이 넘는다.
당시 기퍼즈 의원이 미 애리조나 주 투산의 쇼핑센터에서 지역주민들과 토론회를 하던 중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연방법원 판사 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퍼즈 전 의원도 중상을 입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애리조나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2주 후 당시 프랭크 로텐버그 상원의원은 탄창에 들어갈 수 있는 탄알 수를 10개로 제한하고 감시 대상에 오른 자의 총기 구매를 제한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지만 법제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26명이 숨진 2012년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때도 인터넷 총기 구매자 등에 대한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초당적인 법안이 발의됐지만 부결됐다.
지난해 12월 샌버너디노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 감시 대상자의 총기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의 표결이 의회에서 이뤄졌지만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CBS뉴스는 “지난 5년간 나온 총기규제 관련 법안 가운데 단 한 건도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며 “심지어 상·하원 표결에 부쳐진 법안도 드물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약 100명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총격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에선 과거 총격사건 때처럼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올랜도 테러 이후 CNN과 여론조사기관 ORC의 조사에서 총기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비율은 55%로 반대 의견(42%)보다 높았다. 반대(52%)가 찬성(46%)보다 많았던 지난해 10월 조사 때와는 상반된 결과였다.
미국 의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무엇보다 총기규제 강화에 적극적이었던 민주당이 발 빠르게 나섰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총기규제 강화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약 15시간 진행해 공화당으로부터 법안의 표결 처리약속을 끌어냈다.
공화당에서도 ‘잠재적 테러범’들의 총기 구매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총기규제 강화에 강하게 반대해온 어조가 다소 누그러지기도 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이자 강력한 총기소유 옹호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역시 총기규제 강화에 목소리를 내면서 수년간 민주·공화당이 대립한 관련 법안 통과가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렸다.
결국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이 2건씩 내놓은 법안들을 놓고 표결을 했지만 다시 양당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AP통신은 “민주당은 공화당의 법안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약하다고 봤고 공화당은 민주당 법안이 너무 구속적이라고 반대했다”고 설명했다.올랜도 테러 이후 총기규제 강화 여론이 높아지긴 했지만 민주·공화 양당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법안 부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법안 표결 전 이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은 공화당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된 총기규제 법안이 민주, 공화 양당의 현격한 입장차 등으로 이번에도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에서의 표심과 미국 최대 로비단체 전미총기협회(NRC)의 눈치를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UCLA의 아담 윙클러 헌법학 교수는 “많은 공화당 의원이 총기규제법 지지를 거부하는 이유는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유권자 표심을 잃어)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며 “NRA에 맞설 때 생길 어려움을 걱정하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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