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가 총기를 소지한 20대이다. 수년 새 미국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약 60~70%가 총기를 이용한 살인인데 그 중 20대의 총기 살인은 참혹한 난사이다.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212일 간 총 210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 매일같이 총기사고로 얼룩져 사상 처음으로 총기사고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추월했다고 한다.
미국은 수정헌법 2조 무기 보유·소지는 권리라는 조항을 통해 “주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무기를 보유하고 소지하는, 주민의 자율적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개인의 총기소유'를 권리로 명시한다. 이 수정헌법 2조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식민지 미국을 무력으로 침략하고, 미국 민병대가 멕시코나 캐나다 같은 인접국들과 전투를 벌이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이후 총기옹호 단체들과 총기회사들은 이 조항을 전쟁·전투 시 불가피한 무장보다 '개인의 권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도록 홍보해왔다. 총기옹호단체 NRA는 총기소유를 '미국인다운 행동'으로 미화하며 보수적인 정치세력으로 성장해왔고, 심지어 이 단체는 '사람들이 총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미국이 더 안전해진다'는 논리를 펴왔다.
과연 총기 소지가 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을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보면 총은 더 이상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다. 최소한의 규제도 없는 총기 소유의 자유는 총을 사람을 죽이는 도구이자 민주주의 파괴자로 만들고 있다.
1999년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교에서 발생한 15명 총기 살해, 자살 사건을 다룬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 '볼링 포 콜럼바인'이 나온 지 14년이 지났건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당시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무어 감독은 미국에서 최연소 총기 사건을 일으킨 아이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아이의 어머니는 이혼한 후 자식을 방치하고 생계를 위해 낮과 밤을 오가며 두 개의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이를 통해 감독은 미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빈부 격차를 지적했다. 왜 미국은 밤낮으로 일을 하면서도 빈곤이 대물림되는 나라가 되었을까? 그리고 무어 감독은 그 주원인을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유방임의 원리에서 찾았다.
총기 소유 역시 개인의 보호는 개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 이런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총기의 자유로운 소유와 이로 인한 수많은 총기 사건을 일으킨다 해도 무방하다. 최근 들어 빈번한 총기사고가 만들어내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자유에 따른 개인의 책임이 과연 누구의 몫인지 깊은 반성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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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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